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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사람들> 미국 도시 빈민층의 현실을 드러내다

■ 매튜 데스몬드 지음, 동녘 펴냄





“미국의 가난한 임차가구 대다수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거에 지출하고 있고, 소득의 70% 이상을 임대료와 공과금에 지출하는 가정은 최소 넷 가운데 하나다. 매년 수백만의 미국인들이 임대료를 내지 못해 퇴거당한다.”

하버드대학교의 사회학과 교수인 매튜 데스몬드는 미국의 현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아무리 부유한 나라도 사각지대는 있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일부 빈곤층의 문제는 공감보다는 동정의 문제로 이해되기 쉽다. 그러나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빈곤이 초래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쫓겨난 사람들’은 도시 빈민층에 해당하는 여덟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대도시에서 주거 정책이 어떻게 가난과 불평등을 야기시키며 또 지속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책의 힘은 단순히 통계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들을 빈곤의 현장으로 데려가는 데 있다.

저자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도시 빈민들의 삶은 마약과 폭력 및 사기 같은 범죄, 무엇보다 ‘퇴거’로 점철돼 있다. 저자가 만난 도시 빈민들은 수입의 대부분을 월세로 지출했으며, 그러다 보니 가끔 의외의 지출이 생기기라도 하면 집세가 밀려 집주인으로부터 쫓겨나기 일쑤였다. 이에 저자는 정부가 빈민들이 쫓겨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퇴거를 방조하며 집주인들이 수월하게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돕고 있음을 지적한다.



한 편의 소설처럼 현장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하는 저자는 가난의 굴레만을 조명하지는 않는다.

그는 임대료에서 이윤을 얻을 자유와 안전하고 적정한 가격의 주택에서 살 자유가 상충하지 않을 나름의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영국의 주택수당(Housing benefit)과 네덜란드의 주거급여(Housing Allowance)를 사례로 들며, 일정 수준 이하 소득을 버는 미국의 모든 가정에 주택바우처를 제공할 것을 주장한다.

그렇다고 자신이 언급한 대안이 모든 곳에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으며, 해법은 다채로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해법이 어떻든 간에 주거 문제는 공동체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출발점이며 모든 복지의 기본임을 역설한다. 2만5,000원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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