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13일 “탈당을 고민 중”이라고 전격 선언했지만 여권 안팎에서는 당장 도미노 탈당을 통한 분당이 현실화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친박과 비박의 권력 향배를 가를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을 뿐 아니라 김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 당 비주류 내 구심점 역할을 하는 인사들이 탈당을 놓고 다소 결이 다른 입장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의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이날 오전 회동 후 브리핑에서 “(탈당이나 분당 논의는) 없었다. 끝까지 (당 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의원의 발표 직후 김 전 대표가 탈당에 관한 본인의 생각을 브리핑 형식으로 밝히면서 결과적으로는 계파의 일사불란한 대오를 흐리는 모양새가 됐다.
실제로 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탈당할 생각이 없다. 저는 당내에서 개혁을 위해 끝까지 투쟁해야 하고 탈당은 늘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탈당은 지금 꺼낼 얘기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유 의원 측 관계자도 “오늘 비주류 모임의 결론은 ‘당에 남아 끝까지 싸워보자’는 것”이라며 “김 전 대표가 본인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바람에 탈당 논의가 비주류 전체의 기류인 것처럼 오해받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강석호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친박들이 패악한 짓을 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비주류가 그냥 나가버리면 다수의 침묵하는 비례대표나 중립 성향의 의원들은 당에서 설 자리가 사라진다”며 “오늘 모임에서 대다수 의원들이 ‘해볼 때까진 해보자’며 (탈당을 거론하는) 김 전 대표를 만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상시국위원회 해체 역시 중립의원들의 세(勢)를 모으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김 전 대표로서는 대구경북(TK)을 기반으로 한 유 의원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김 전 대표가 ‘탈당’을 외치며 들어 올린 깃발을 유 의원도 맞잡는다면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세력을 가뿐하게 모으는 것은 물론 부산경남(PK)과 TK를 아우르는 보수연합이 탄생할 수 있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개헌을 꾀하며 대권 불출마를 선언한 김 전 대표와 개헌은 장기적 과제로 인식하고 대권을 노리는 유 의원은 정치적 지향점과 이념적 노선이 모두 달라 연대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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