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 지도부가 당원들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당 윤리위원회에 친박 의원들을 대거 투입하기로 하자 이진곤 윤리위원장을 비롯한 윤리위원 6명이 일괄 사퇴를 13일 전격 선언했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파국이 임박하면서 당 내홍이 전면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외부인사인 이진곤 위원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한 명을 제외한 6명 전원은 윤리위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7명으로 구성된 윤리위에 소속된 당내 의원은 정운천 부위원장이 유일하며 그 외에는 모두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들이다. 비주류 초선인 정 부위원장은 연락이 안 된 심재철 위원을 제외한 전주혜·김용하·임진석·손지애 위원 등 나머지 5명의 위원들과 함께 사퇴를 결정했다.
이 위원장은 “(윤리위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징계를 확정해도) 전부 친박계로 구성된 당 최고위가 비토할 수 있다. 대통령을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려는 친박 아닌가”라며 “비토하면 되는데 비토하기 싫어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 신뢰와 윤리성 제고라는 당면 과제는 무시하고 오직 의견을 통일해 대통령을 보호하는 것에 급급한 윤리위는 들러리밖에 더 되느냐”며 “우리를 이용한다는 것밖에 안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여기 있어야 할 의미가 없어졌다”고 격분했다.
앞서 새누리당 최고위는 지난 12일 박대출·이우현·곽상도·이양수 의원 등 친박계 의원 4명을 포함해 총 8명을 윤리위에 보강하는 방안을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보강 인사’에 대해 오는 20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징계 심사에서 친박계의 의견을 대폭 반영하는 것은 물론 향후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 탄핵을 주도한 비주류 의원들에 대해 강도 높은 징계를 하기 위한 사전 포석을 깐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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