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외곽에 지을 단독주택의 설계를 맡기기 위해 A 건축사사무소를 찾은 황모(58)씨는 담당 건축사에게 본인과 아내뿐만 아니라 결혼할 아들과 앞으로 가지게 될 손자까지 3대가 함께 지낼 수 있는 거주 공간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원래 계획은 결혼이 예정된 아들 내외의 신혼집을 따로 장만해주는 것이었지만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본인이 거주하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아들의 주택마련 자금을 합쳐 함께 살 단독주택을 짓기로 결정했다.
건축사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단독주택을 원하는 희망자들 중에서 황씨의 사례처럼 ‘3대’가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데다 나중에 임대를 통한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허진성 유현준건축사사무소 소장은 “3대가 함께 사는 단독주택 설계를 요구하는 건축주가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며 “아파트 가격이 워낙 급등한 탓에 대가족이 한 집에 모여 사는 거주 형태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건축 업계에 따르면 3대가 거주 가능한 단독주택의 경우 땅값을 제외하고 공사비 등을 감안하면 경기도권에서 10억원이면 가능하다. 비슷한 면적의 수도권 아파트 2채를 매입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단독주택을 신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특이한 점은 최근에는 세대별로 완전히 독립적인 주거 형태를 원한다는 것. 한 지붕 아래에서 지내면서도 각자 독립된 삶을 살 수 있어서다.
허 소장은 “고부갈등 등 대가족 거주 형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등을 방지하기 위해 주방부터 욕실, 심지어 거실까지도 따로 구성해달라는 요구를 한다”며 “이렇게 집을 설계할 경우 자녀 세대가 독립해 나가더라도 임대를 통한 수익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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