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지하철을 타며 서민들과 스킨십 행보를 연출해 관심을 모았다. 내년 1월 귀국해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 ‘몸풀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 총장은 이날 맨해튼 남부에 있는 뉴욕시청으로 빌 더블라지오 시장을 만나러 가기 위한 교통수단으로 지하철을 택했다. 평소 일반인의 접근이 차단되는 철통 경호 속에 고급 관용차를 이용해온 모습과는 딴판이다. 유엔 본부는 반 총장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직접 지하철 카드를 충전하고 일반 시민들과 섞여 지하철에 앉아 있는 모습 등의 사진을 제공하기도 했다.
유엔 측은 반 총장이 전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을 이끌면서 환경을 고려해 지하철을 이용한다고 전했다. 반 총장이 뉴욕 지하철 카드인 ‘메트로 카드’에 10달러를 충전하기 전에 4.79달러가 카드 잔액으로 남아 있는 것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하는 동안 가끔 지하철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대선 행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는 반 총장이 서민들과 소통하는 대중 정치인으로서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지하철 탑승에 나섰다는 해석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 반 총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도 계속 조율 중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조각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두 사람의 만남이 곧 성사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반 총장을 만난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기후변화 대책 등을 주도한 데 감사를 표하고 이날을 뉴욕시 ‘반기문의 날’로 선포하며 증서를 전달하는 깜짝 이벤트를 벌였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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