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최대 미국 국채 보유국 1위 자리를 일본에 내줬다. 특히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인상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긴축 행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시사하면서 향후 중국 정부가 자국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앞으로도 미 국채를 지속적으로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5일(현지시간) 미 재무부에 따르면 올 10월 말 기준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1조1,200억달러로 전월 대비 413억달러 줄었다. 이는 201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것이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이 줄어들면서 일본은 세계 최대 미 국채 보유국가 자리를 되찾았다. 일본의 미 국채 보유량은 1조1,300억달러다.
최근 1년간 중국 정부가 내다 판 미 국채는 총 1,392억달러로 연간 매도액 기준으로도 역대 세 번째에 오를 정도로 많다. 뚜렷한 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이 같은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올해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결정 이후 불이 붙은 중국의 미 국채 매도가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디폴트 위험이 가장 낮고 수익성이 있는 미 국채를 활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의 외환 보유액이 사상 최대였던 2014년 대비 24%(9,420억달러)나 빠진 반면 같은 기간 미 국채 보유액 감소폭은 9%(1,110억달러)로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작았던 점을 강조하고 있다. 외환 유출에 따른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추가로 미 국채를 더 내다 팔 수 있다는 것이다. 저우하오 코메르츠방크 연구원은 “중국이 위안을 방어하기 위해 미 국채 보유분을 줄이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를 멈추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래리 밀스타인 RW프레스프리치앤코 정부기관투자부문장 역시 “미국의 기준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중국은 계속 미국 국채를 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중국이 미 국채를 무차별적으로 투매하기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장에 미 국채가 대거 풀릴 경우 가격이 떨어지게 돼 중국 정부의 자산가치도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시장에 미 국채 공급이 넘쳐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중국 외에 다른 신흥국들도 외화 유출 차단과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미 국채를 잇따라 내다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시큐리티즈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으로 최근 1년간 해외 정부의 미 국채 순매도는 3,247억달러로 미 재무부가 통계를 작성한 1978년 이래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가뜩이나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으로 자국의 페소화 가치가 급락한 멕시코도 미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0.5%포인트 높은 5.75%로 올리며 미 연준보다 큰 폭의 금리 인상 결정을 내렸다. 올해만 벌써 다섯 번째 금리 인상이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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