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압박에도 태국이 여전히 불법 어선의 강제노역을 방치하고 있다고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최근 밝혔다.
세계 4위 ‘수산 강국’인 태국이 인신매매, 강제노역 및 폭력 등 여러 불법행위를 통해 수산물을 대량으로 생산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은 몇 해 전이다. 이후 몇 년간 국제사회의 비난이 고조되며 태국은 불법조업을 단속하라는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강제노역은 단속을 피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불법 어선들은 단속을 피해 인도양의 마다가스카르 인근 ‘사야 드 말하’ 뱅크로 조업 장소를 옮겼다. 발견된 어선만 76척이어서 더 많은 어선들이 강제노역을 계속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어선은 태국에서 무려 7,000 킬로미터나 떨어진 사야 드 말하에서 고등어와 참치 등을 불법 어획하고 이곳에서 잡은 고기를 운반선에 환적하는 수법으로 단속을 피해왔다.
강제노역에 시달리는 선원들은 ‘현대판 노예’와 다를 바 없다고 그린피스는 전했다. 그들은 충분한 식량도 제공받지 못한 채 과도한 노역에 시달린다. 실제 조업을 하다 돌아온 6명의 선원이 비타민 B1 결핍으로 발생하는 각기병에 걸려 사망했다.
선원들은 강제노역이 시작되면 배에서 절대 내릴 수 없다. 또 이들의 신분증은 모두 압수 당하고 일을 하지 않으면 ‘선장’이 폭력을 가한다.
CNN 인터뷰에서 구조된 선원 사마르트 세나수크는 “최악의 환경에도 가족들을 생각하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에 따라 갔다가 뒤늦게 어선의 실체를 깨달았다.
태국이 이러한 불법 어선을 단속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린피스 소속 마크 디아는 “6개월 동안 환적을 금지한다고 개혁이 이루어지기는 힘들다”며 “지속적으로 단속이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라고 호소했다.
디아는 또 “바다 위엔 수천 명의 피해자들이 떠돌고 있다”면서 그들을 돕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원이 동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노동부는 최근 태국산 생선과 새우가 강제 노역의 산물이라며 수입 금지 목록에 추가했다. 태국은 어업만으로 한해 65억 달러(약 7조7,000억)에 달하는 수익을 얻고 있다.
/최재서인턴기자 wotj72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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