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3,000여명 변호사를 이끌 ‘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협회장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하다.
다음 달 16일 치르는 변협 회장 선거에는 장성근(55·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와 김현(60·17기) 변호사가 기호 1·2번으로 나란히 출마했다.
국내 변호사 업계에서는 앞으로 수년간 변협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데 이의가 없다. 그만큼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다. 5년 전만 해도 1만2,000명 수준이었던 변호사 수는 지난해 말 2만명을 넘어서면서 변호사 시장은 ‘무한 경쟁 시대’에 접어들었다. 국내 법률시장 완전 개방을 비롯해 사법시험(사시) 존폐 문자, 유사 직역 논란 등 해결해야 할 사안도 산재해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변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두 후보를 만나 변호사 업계가 직면한 과제와 그 해결책에 대해 들어봤다.
◇같은 시각이지만 다른 해법= 두 후보는 국내 변호사 업계의 생태계가 ‘혼란’에 빠진 원인으로 최근 몇년간 급격하게 늘어난 변호사 수를 꼽았다. 변호사 수가 많이 늘어 업계 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법률서비스의 질 저하나 법조 비리에 따른 신뢰 추락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적 성장에 치우친 정부 정책에 따라 변호사 업계가 ‘포화’ 상태에 빠지면서 각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다만 해결책에 대한 생각은 다소 달랐다. 장 후보는 해마다 배출하는 변호사 수를 줄여야 시장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권역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통폐합으로 입학정원을 축소하고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낮춰 새로 변호사 시장에 뛰어드는 변호사 수를 줄이는 과정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장 후보는 “변호사 배출 수를 줄이기 위해 법무부·법원·교육부 등과 함께 범정부적 협의 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변호사들이 고객 마케팅 등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규제 완화와 더불어 변호사들도 IT 업계의 스타트업 기업처럼 미개척지를 찾아 나서는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에 반해 김 후보는 새로운 일거리 발굴이 가장 적절한 해법이라는 입장이다. 그가 △민사소송 중 합의부 이상 사건에 변호사 변론 필수 △상장회사 준법지원인 확대 △아파트 감사제 도입 △정부·지방자치단체 법무담당관 도입 등을 주된 공약으로 내건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김 후보는 “올 상반기 변호사의 월평균 수임 건수가 1.69건까지 떨어지는 등 변호사 업계의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정 변호사 수에 대한 고민과 함께 새로운 일거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변호사들의 다양한 분야 진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시 유지와 폐지, 엇갈린 시각= 사시에 대한 시각도 달랐다. 장 후보가 사시는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김 후보는 폐지에 무게를 두었다. 장 후보는 로스쿨에 대한 경쟁·견제 체계를 유지한다는 이유에서 사시가 존치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변호사 등 법조 인력 수급이 로스쿨이라는 하나의 통로로 이뤄지는 구조가 굳어진다면 고비용·대규모 인력 배출 등 변호사 시험이 지닌 기존의 폐단을 고쳐나갈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기회를 보장한다’는 측면도 사시 존치의 이유로 꼽았다. 최소한의 인력이라도 이른바 개천(불우한 환경)에서 용(법조인)이 나기 위한 통로를 열어주자는 얘기다.
반면 김 후보는 로스쿨 제도가 정착 단계에 도달한 만큼 사시 존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차례라고 주장한다. 사시를 유지할 명분은 물론 실익이 없는데다 신규 변호사 수가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변호사 배출 통로를 이원화하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법조인 양성시스템을 로스쿨 하나로 통일하자는 이른바 ‘인력 육성 일원화론’이다. 그는 “최근 로스쿨 신입생을 보면 회계사·변리사 등 자격증 소지자가 많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져 변호사이자 변리사·공인중계사 자격을 가진 이들이 늘면 자연스럽게 유사 직역 논란도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률시장 개방은 위기 아닌 기회= 두 후보는 미국·유럽·호주 등에 대한 국내 법률시장 완전 개방에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장 후보는 “대형 로펌의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늘어날 수 있으나 일반 변호사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며 “이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로펌들이 대기업 사건 수임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법률시장 개방이 외국 로펌의 고객 관리 등 선진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후보도 국내 법률시장 완전 개방이 위기라기보다 기회로 내다봤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법률시장의 문을 여는 게 젊은 변호사에게는 해외 로펌의 차별화된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후보는 “국내 대형 로펌들은 해외 로펌과 협력하고 있어 글로벌 선두주자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며 “이는 국내 로펌들에게 지사 확대나 합작법인 설립 등으로 해외로 진출할 기회로 다가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안현덕·노현섭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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