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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_직장생활 가이드 '플랜 Z'] <4>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때 두 발자국만 더 내딛어라

2030 여성을 위한 최명화 대표의 직장생활 가이드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 관대하다.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잘 이해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행동에 대해서도 거기에 합당한 이유가 쉽게 떠오르고, 설득이 되든 안 되든 ‘나로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최선의 행동이었다’고 합리화시킨다.

타인과의 관계, 특히 직장에서의 관계에 있어서도 이러한 ‘후함’의 오류는 아주 쉽게 일어난다. 늘 어려운 일은 내 몫인 것 같고, 옆에 앉아 있는 김 과장은 특별히 하는 일 없이 팀장의 신뢰를 독차지하는 모습이 눈에 거슬린다.

불합리한 것을 참아내는 사람도 나인 것 같고, 회의 시간에 제대로 말도 못 꺼내 보고 독박을 쓰는 사람도 나 혼자인 것만 같다. 받는 것 없이 베푸는 사람도 나인 것 같고, 베푸는 것에 비해 돌아오는 은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팔이 안으로 굽는 전형성에서 비롯되는 ‘자기 선행 과장’ 현상이다.

잘 아는 후배는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기준점을 하나 가지고 있다. 6대 4의 법칙이 그것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에 대해 후한 평가를 하는 ‘자기 선행 과장’ 현상을 조절하기 위해, 내가 6을 주고 상대에게 4를 받으면 본전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얘기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6 정도를 했다고 판단하지만, 객관적으로는 5 정도를 겨우 할까 말까 하다는 것이 그 후배가 깨달은 진실이다. 무척 영리한 기준이다. 현실에 맞는 기준이기도 하다.

나는 후배의 그 기준 위에 하나를 더 얹어 주었다. “받아야 할 4도 시간 차가 있게 올지도 몰라. 즉, 지금 6을 주었지만, 돌아와야 할 4는 내년이 될 수도 있고, 후년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6을 준 그 사람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으로부터 돌려 받는 4가 될 수도 있고.”

‘자기 선행 과장’ 현상! 타인과의 관계 정립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이 슬픈 진실은 업무에 임하는 우리의 태도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 정도면 될 거야. 이 정도면 지시한 것은 다 한 거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썩~ 잘 한 거라고.”

흔히 경험하게 되는 자기 합리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합리화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최고점을 찍는다.

“지난 번 윤 대리가 했던 결과물에 비하면 정말 나은 거지 뭐, 그 때는 행사 초청 VIP 리스트도 일주일 전에 급하게 나왔는데, 내가 이 정도 미리 준비하고 있는 건 정말 뛰어난 거지. 이제 겨우 대리인데 여기 정도까지 하면 대단한 거야.”

스스로 직급에 대한 주변 기대 수준까지 가늠하면서 자신의 업무 성과에 대한 만족도는 절정에 달한다.

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 10을 했다고 생각하는 내 평가와는 달리 팀장의 태도는 매우 실망스러울 수 있다. 잘된 부분에 대한 인정은 털끝만큼도 없이, 부족했던 부분을 먼저 지적할 수도 있다. 또, 가능한 기회보다는 위협 요인들에 대한 방어 장치가 제대로 되지 않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할 수도 있다.

“하나도 모르면서,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이상한 질문만 하고 있어. 이 정도 잘 했으면 할 만큼 한 거 아닌가? 도대체 제대로 된 인정을 안 하는군.”

팀장에 대한 불만의 수위가 올라가고, 정당하지 않은 평가라는 사실에 억울한 생각마저 든다. 팀장의 판단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고, 굳이 나의 잘못을 찾자면 자신의 성과에 대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표현력 부족 정도’라는 생각에 억울함이 커진다. 그러나 아주 많은 경우, 이러한 상황에 대한 진실은 표현력의 부족에서 오는 ‘전달의 오류’가 아닌 정말 내가 한 일의 품질 자체가 함량 미달인 경우가 훨씬 많다.

자신에 대해 후할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의 속성으로 인해, 10을 했다고 생각하는 나의 판단 자체가 아주 큰 착각의 시작이었다는 얘기다.

호랑이를 그리려고 해야 고양이라도 그릴 수 있다./출처=이미지투데이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착각에 눈이 먼 결과로 도출되는 대가는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라는 점이다. 돈 받고 다니는 조직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기중심적인 착각을 굳이 지적해 바로 잡아 주지도 않는다. 더구나 공식적인 업무 피드백 문화가 제대로 정착돼 있지 않은 한국적 조직에서는 나의 착각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는 더욱 희박하다. 그저 핀잔처럼, 술자리 으레 오가는 한 두 마디의 알 듯 모를듯한 언질로 우리의 빈정을 상하게 할 뿐이다.

“이 대리는 다 좋은데, 어쩔 때는 좀 소극적인 것 같아, 여자라서 그런가 조금 겁이 많은 거 같기도 하고. ㅎㅎ 그냥 그렇다는 거지, 특별한 건 아니고”

이러한 지적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이상한 말만 하네” 혹은 “여자라고 또 편견을 갖고 있나 보네. 여하튼 우리 회사는 정말 이상하다니까” 정도의 자기 방어 기제를 낳고, 착각의 벽은 더욱 굳건하고 견고해진다.

결국 연말에 받게 되는 고가 평가가 예상보다 낮아 깜짝 놀라거나 믿었던 승진에서 누락되는 ‘원하지 않는 서프라이즈’를 목격하게 될 때야 비로소 나의 착각이 과연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그나마 그것을 깨닫게 되면 다행이다. 어쩌면 영원히 정당하지 않은 주위 환경을 탓하며 나의 시선을 본질로부터 떼어내 버리는 과오를 반복할 지도 모른다.

“호랑이를 그리려고 해야 고양이라도 그릴 수 있다” 나는 이 말을 좌우명처럼 삼고 산다. 가슴에 품는 비전이 크고 근사해야 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매일 매일 내가 해내는 일의 품질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점을 잡는 좌우명이라 할 수 있다.

“이만큼이면 충분하다” 혹은 “이 정도면 과장급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이런 류의 생각이 내 성과의 질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과장급에서 할 수 있는 만큼도 못하고 끝낼 수 있다는 ‘자기 경계’를 가슴 속에 품는 것이다.

지금은 사원이지만 대리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 지금은 과장이지만 팀장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 그래야만 겨우겨우 사원의 몫을 해내고 과장의 몫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야만 어느 날 정말 대리가 되고 팀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믿는다.

딱 정해진 만큼이 아닌 거기에서 두 발자국만 더 나아가 보자. /출처=이미지투데이


“Going extra mile!” 딱 정해진 만큼이 아닌 거기에서 두 발자국만 더 나아가 보자. 그래야 겨우겨우 결승점을 통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됐다고 생각이 될 때, 지금의 내 직급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때, 그 기준점 자체가 치우쳐 있는 오류라는 생각을 해보자. 힘들지만 끊임 없는 연습을 통해 나의 기준점 자체를 수정해 보자. 그래야 어느 날 ‘호랑이 비슷한 고양이’라도 끌어안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 myoungwha.choi00@gmail.com

최명화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마케팅 컨설턴트, LG전자 최연소 여성 상무, 두산그룹 브랜드 총괄 전무를 거쳐 현대자동차 최초의 여성 상무를 역임했다. 국내 대기업 최고 마케팅 책임자로 활약한 마케팅계의 파워 우먼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최명화&파트너스의 대표로 있으면서 국내외 기업 마케팅 컨설팅 및 여성 마케팅 임원 양성 교육 프로그램인 CMO(Chief Marketing Officer)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해 직접 경험하고 터득한 ’조직에서 스마트하게 승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현장 전략서 ’PLAN Z(21세기북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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