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는 한 대형 트럭이 크리스마스 쇼핑을 위해 많은 사람이 모인 시장을 덮쳤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수는 12명, 부상자 수는 48명으로 알려졌다.
아직 운전자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범행 트럭 운전자가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이라는 현지 언론보도도 나왔다.
이러한 보도가 사실로 확인되면 유럽이 난민에 등을 돌리던 시기 앞장 서서 난민을 받아들인 메르켈 총리의 정치 생명도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있다. 유럽에서 반(反)난민 기류가 빠르게 번져 가고 있는 가운데 독일에서도 반난민을 내건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급부상하는 등 분명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상황.
메르켈 총리는 내년 총선에서 4선 연임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독일 정부는 우선 상황을 주시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토마스 드 메지에르 독일 내무부 장관은 “아직 테러리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아직 테러인지 사고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것. 다만 “그러나 많은 것들이 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하며 테러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수긍했다..
메르켈 총리는 사건 직후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사망자들을 애도하고 있으며 다친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난민의 테러가 아니더라도 메르켈 총리에 대한 책임론은 여전히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버킹엄대 앤서니 글리스 교수는 미국정부가 자국민들에게 유럽에서의 테러 위험성을 경고한 상황에서 독일에서 공격이 발생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와 알카에다, 추종세력 등이 “유럽에서 테러리스트 공격을 감행할 믿을만한 정보가 있다”며 자국민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띄웠다. 미 국무부는 “휴일 축제와 행사, 옥외 시장”에서 공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글리스 교수는 미국이 가진 테러 정보를 독일 경찰도 알고 있었다면 더 강한 대응책이 마련됐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크리스마스 시장이 공격받을 것이라는 분명한 정보가 있었다면 크리스마스 시장은 위험이 해결될 때까지 모두 문을 닫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유럽에선 무방비상태의 시민을 노린 ‘소프트타깃’ 공격이 빈발해 경계감이 높은 상황.
올해 7월 14일 저녁 프랑스 니스 해변을 덮친 트럭 테러와 닮은꼴인 비극이 베를린에서 일어나면서 독일도 더는 대형 테러 안전지대로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서는 그동안 테러 위협이 잇따랐지만, 이 정도의 대형 테러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지난 7월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주자가 뷔르츠부르크 통근열차에서 승객들에게 도끼를 휘두르는 만행을 저질러 홍콩 관광객 5명이 다쳤다. 같은 달 시리아 출신 이민자가 안스바흐 음악축제장 근처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리는 등 테러가 잇달아 일어나 15명이 부상을 당했다.
10월에는 IS 추종자가 베를린 공항을 포함한 테러 공격을 계획했다가 사전에 발각돼 경찰에 붙잡히는 등 테러 계획이 수 차례 있었으나 이번처럼 시행에 옮겨져 대규모 사망자를 낸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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