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북한에서 결핵 치료를 해 온 민간 인도지원단체인 유진벨재단은 통일부가 지난 8월 치료 사업에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말을 바꾸며 난색을 보여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 과정에서 재단 측이 말을 바꾼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건 김정은(북한 노동당 위원장)이한테 가서 물어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세반 재단 회장은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얼마 전 2017년 치료 사업에 쓰일 첫 물품 선적을 위해 통일부에 반출 신청을 했지만 호의적이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지금은 안 된다. 기다려 봐라. 4~5월께 신청하면 되지 않느냐”며 어렵다는 뜻을 재단 측에 전했다.
내년 초 성공적인 치료 사업을 위해서는 1월에 치료 약을 보내야 한다는 게 인세반 회장의 설명이다. 재단은 북한에서 다제내성결핵(중증결핵) 치료 사업을 하고 있다. 일반 결핵 환자보다 치료비나 시간이 오래 걸리며 전염성이 높아 제때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그는 “약이 끊어지면 환자들이 추가 내성이 생겨 죽는다”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남한에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인세반 회장은 통일부의 입장이 느닷없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8월 통일부 고위 당국자가 ‘한국을 안정된 결핵 퇴치 기지로 생각해도 된다’며 사업에 협조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했다”면서 “그런데 11월에 ‘(반출 불허 이유는) 김정은이한테 물어보라’는 어처구니없는 답을 했다”고 말했다. 다만 ‘반출 허가가 국내 정치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건 묻지도 않았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환자 치료가 정치에 매달려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정책을 떠나 기본적인 인도적 교류를 끊으면 (남북에) 무슨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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