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집단 탈당과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이라는 한배를 탄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미묘한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개혁보수신당의 주도권을 놓고 두 사람 간 노선투쟁이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두 사람 간 이견이 커질 경우 신당 정강·정책의 내용과 표현을 둘러싼 ‘내전’이 촉발될 수 있다.
제일 먼저 개헌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일찌감치 분권형 개헌을 주장해왔다. 김 전 대표는 대통령 한 사람에 권력이 집중되는 5년 단임의 대통령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은 선거로 뽑고 책임총리는 다수당에서 뽑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가 한국적 현실에 가장 맞는 권력구조라고 강조해왔다. 반면 유 의원은 현 정치 상황상 분권형 개헌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보수신당 창당추진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헌도 정강·정책에 담을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개헌 얘기는 오늘 없었으며 개헌에 대해서는 생각이 달라서 담기 어렵다”고 답했다.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 추구세력이 비박계 신당을 연대의 대상으로 고려하는 상황에서 개헌이 빠지면 이 구도의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외연 확대를 위한 연대 대상을 놓고도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킹메이커’를 자임하는 김 전 대표는 보수층의 지지가 높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영입 1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또 ‘반문(반문재인)’ 세력이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에도 우호적이다. 그러나 유 의원은 ‘무분별한’ 연대는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출발점부터 삐걱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전 대표가 신당의 외연 확대와 관련해 ‘친박(친박근혜)·친문 패권주의 세력을 제외한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그 부분은 동의를 못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반 총장 영입을 바라보는 유 의원의 입장에 대해서는 상반된 의견이 존재한다. 일부에서 유 의원이 반 총장에 대해 “평생 직업외교관을 하고 해외에서 오래 근무하고 유엔 일만 봤는데 대한민국 개혁에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영입에 부정인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편에서는 유 의원이 개혁보수신당의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당내 경선이라는 고비를 넘어야 하는데 반 총장을 영입해 경쟁하는 게 오히려 흥행에 성공할 수 있어 속으로는 반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당과의 연대에 대해서도 김 전 대표는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유 의원은 “대선 전에 무작정 합치자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국민의당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놓고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찬성하는 유 의원과 노선이 다르다. 유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와의 연대에 대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는 ‘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을 내세우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통하는 점이 분명히 있다”며 “그러나 사드 발언을 보면 안 전 대표가 안보에서 보수가 맞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 정치평론가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유 의원의 생각은 비박계 신당이 국민의당과 무작정 연대를 하게 되면 일부 보수층이 오히려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 같다”며 “반면 김 전 대표는 내년 대선을 위해 세 결집을 위해 이것저것 따져가며 연대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생각을 우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두 사람의 생각차는 개혁보수신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담이지만 우리가 탈당을 먼저 했으니 추후 탈당한 분들에 대해서 자격심사 해야 하지 않느냐, 이런 말도 있었다”며 “그러나 같이 갈 동지들인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얘기가 있었다). 농담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27일 탈당을 예고한 비박계 탈당파는 ‘김무성계’가 대략 10∼15명, ‘범유승민계’는 10명 안팎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 진영에는 권성동·김성태·김학용·이진복 의원 등의 최측근 그룹을 비롯해 강길부·이군현·여상규·이종구·이은재·정양석·홍문표·박성중·정운천 의원 정도가 추려진다. 유 의원 주변으로는 김세연·이혜훈·박인숙·유의동 의원 등이 포진해 있고 이학재·오신환·하태경 의원 등도 ‘범유승민’계로 분류된다. 정병국·주호영 의원을 필두로 심재철·김재경·나경원·김영우·박순자·황영철·홍일표·장제원·윤한홍 의원 등이 ‘중립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