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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1번지 테헤란로’ … 공유 오피스가 부활시켰다

위워크·스파크플러스·현대카드 등

강남 ~ 삼성역 일대 자리 잡아

2년 전보다 벤처 178곳 늘어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삼역 8번 출구에 위치한 아주빌딩. 이곳은 한때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불렸던 ‘서울벤처타운’이 있던 자리다. 서울벤처타운은 지난 1999년부터 2009년 6월까지 약 10년간 아주빌딩 7층부터 20층까지 14개 층을 사용하며 많은 벤처기업들을 길러냈다. 한국 정보기술(IT) 대표기업으로 성장한 네이버도 초창기 이곳에서 꿈을 키웠다. 이후 서울벤처타운이 나가면서 과거 벤처타운의 이미지가 많이 흐려졌던 아주빌딩이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부활하고 있다. 지난 11월 스타트업을 위한 공유 오피스를 제공하는 ‘스파크플러스’가 자리를 잡으면서부터다. 스파크플러스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스파크랩과 아주그룹 계열사인 아주호텔엔리조트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공유 오피스 업체다. 원래 레스토랑과 은행이 있던 아주빌딩 2층과 서울벤처타운이 나간 후 일반사무실로 사용됐던 17층에 1호점을 냈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테헤란로가 다시 한번 스타트업의 성지(聖地)로 부상하면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강남 오피스 시장의 대체재인 판교 테크노밸리가 조성되고 자금 여력이 풍부하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임대료가 싼 구로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과거의 명성이 많이 퇴색됐으나 최근 강남역과 삼성역을 잇는 약 4km의 테헤란로에 공유 오피스들이 속속 자리 잡으면서 부활을 이끌고 있다. 실제 올 11월까지 강남구에 자리 잡은 벤처기업은 1,517개로 2014년 말보다 178개사가 늘었다.

과거 서울벤처타운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스파크플러스는 테헤란로의 부활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스파크플러스가 입주한 아주빌딩과 대각선으로 마주한 역삼역 3번 출구 현익빌딩에는 공유 오피스 기업 패스트파이브가 입주했으며 패스트파이브 길 건너편에는 르호봇이 자리 잡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서울벤처타운을 비롯해 세원벤처타운·핸디소프트벤처타운·메디슨벤처타워 등 벤처빌딩이 들어서면서 이끌었던 테헤란로의 전성기를 공유 오피스 업체들이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놀거리·아이디어 많아” … 2030 창업자들 다시 강남으로>



특히 시선을 끄는 곳은 강남역이다. 세계적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와 현대카드에서 야심 차게 선보인 공유 오피스인 ‘스튜디오 블랙(Studio Black)’이 바로 옆 건물에 자리를 잡고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역 6번 출구에 위치한 홍우빌딩1에는 위워크 1호점이 8월에 문을 열었다. 위워크는 공유 오피스 기업의 롤모델로 꼽히는 기업이다. 위워크는 향후 테헤란로에 추가로 사무실을 낼 가능성도 높다. 실제 미국 뉴욕 맨해튼의 경우 중심부인 30블록 안에 30개가 넘는 지점이 있으며, 각 지점당 거리가 걸어서 10분 내외다. 패스트파이브와 르호봇도 테헤란로 일대에 여러 개의 공유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스튜디오블랙은 홍우빌딩1과 불과 5m 거리인 홍우빌딩2에 자리를 잡았다. 스튜디오블랙은 공간 비즈니스에서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 현대카드가 1년여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선보인 공유 오피스다. 현재 시범 서비스인 베타 버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 1월 정식으로 문을 연다. 스튜디오 블랙은 현대카드가 생각하는 오피스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공유 오피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드 오피스 업체들도 테헤란로에서는 스타트업을 위한 색깔을 내고 있다.

그간 주로 프라임 오피스를 선호했던 TEC는 최근 삼성역에 위치한 글라스타워에 4호점을 열었다. 4호점은 기존 지점들이 한국에 진출하는 해외 기업 등에 초점을 맞춰 사무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공유공간을 중시한다.

송인선 TEC 한국지사장은 “도심과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과 다르게 테헤란로는 아무래도 창업자들이 많이 몰리는 만큼 그들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데 더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테헤란로 일대 공유 오피스가 늘어나면서 5~9일에는 ‘스타트업위크 2016’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이 행사에는 위워크·스파크플러스·구글캠퍼스서울·롯데액셀러레이터 등 스타트업과 창업 공간을 지원하는 기업 9곳이 참여했다.

<판교가 위치한 성남 보다 강남구 벤처기업 더 늘어 … 주변 상권에도 영향>



강남 지역 스타트업들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강남구에 위치한 벤처기업은 1,517개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91개 증가했다. 강남구를 제외한 나머지 24개 서울자치구는 같은 기간 평균 17개가 늘었으며 테헤란의 대항마로 떠오른 판교가 위치한 성남시 분당구의 경우 54개 증가했다.

박태근 벤처기업협회 대외협력팀장은 “과거 벤처붐이 빠지면서 강남 지역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창업기업들은 2000년대 후반 구로 디지털단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아파트형 공장 등으로 많이 빠져나가고 중견 벤처기업들은 판교로 옮겨갔다”며 “하지만 최근 정부나 기업에서 운영하는 인큐베이터나 액셀러레이터가 많이 생기고 공유 오피스 업체들이 들어서면서 테헤란로에 다시 스타트업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유 오피스들이 테헤란로를 주목하는 것은 이곳에 스타트업들에 필요한 것들이 모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중요한 투자자들이 가까이에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아주IB투자·SBI인베스트먼트·LB인베스트먼트 등이 모두 테헤란로에 있다. 또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대다수가 20~30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젊은층이 즐길 장소가 주변에 많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신민철 스파크플러스 대표는 “테헤란로에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만나야 할 투자자들이 있고 아이디어가 있다”면서 테헤란로에 공유 오피스 업체들이 자리를 잡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테헤란로에서 날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공유 오피스 업체들은 인근 상권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공유 오피스 업체들은 입주한 빌딩이나 인근 상점들과 제휴해 입주사들에 대한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위워크의 경우 홍우빌딩 1층의 던킨도너츠를 이용하는 입주사들에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스튜디오블랙·스파크플러스 등도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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