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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나타난 300명의 산타클로스…"촛불 데이트하러 왔다"

"흥청망청하기 보단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 솔로도 동참

"춥고, 힘들지만 같은 생각 친구들 만나 선물받은 기분"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산타 복장을 한 20~30대 자원봉사자 300명이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있다./최성욱기자




”하야 크리스마스”, “하나 둘, 아이들에게 선물을, 박근혜에게 수갑을”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300명의 산타클로스가 등장했다. 산타 복장을 한 이들은 광화문 일대를 돌며 촛불집회에 나온 어린이에게 사탕과 동화책, 카드 등을 나눠주며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24일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에 따르면 인터넷으로 모집한 ‘청년산타’ 자원봉사자에 20~30대 지원자가 대거 몰렸다. 올해 크리스마스를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함께 보내기보다 촛불집회 자원봉사자로 보내기로 한 젊은이들이다.

청년산타들은 5명 1개조로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간 동안 광화문 일대를 누비며 부모와 함께 촛불집회에 참여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줬다. 선물을 받은 아이들에게는 “하나둘, 아이들에게 선물을, 박근혜에게 수갑을”이라는 구호와 함께 ‘하야 크리스마스’로 인사를 나눴다.



이승민(29·직장인)·현원경(26·공무원준비생) 커플은 이날 대전에서 KTX를 타고 올라왔다. 이씨는 “여자친구 추천으로 데이트 겸 청년산타에 지원하게 됐다”며 “밥 먹고 술 마시며 한 해를 흥청망청 마무리하기보다 이렇게 나오는 게 의미 있는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거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신대용(24)씨는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딛기 전 마지막 해를 촛불집회 자원봉사자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신씨는 “어렸을 때 본 소설 속 주인공 빅브라더가 바로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실제 존재하더라”며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직장을 얻어야겠다는 꿈이 깨지는 것 같아 허탈감과 분노 때문에 나왔다”고 전했다.

애인 없는 솔로들도 축제 분위기를 즐기러 산타에 지원했다. 박정민(30)씨는 “여자친구는 없지만 내 생에 최고의 크리스마스로 기억될 것 같다”면서 “춥고 힘들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비슷한 또래 친구들을 만나 너무 기쁘고 이번 인연을 오랫동안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촛불집회 현장은 산타 복장을 한 시민들과 각종 공연, 콘서트로 축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최성욱 박진용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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