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투라지’는 화려한 캐스팅과 기대감으로 11월 4일 시작했다. ‘안투라지’의 주인공인 조진웅이 10월 열린 tvN의 사상 첫 시상식이었던 tvN 10주년 어워드에서 ‘시그널’의 김혜수, ‘디어 마이 프렌즈’의 고현정, ‘굿 와이프’의 전도연 등 역대급 배우들을 제치고 대상을 수상한 것도 ‘안투라지’에 대한 기대감의 반영이라는 말까지 있었을 정도.
‘안투라지’는 캐스팅부터 화려했다. tvN 10주년 어워드 대상 수상자인 조진웅을 비롯해 ‘치즈인더트랩’의 서강준, ‘런닝맨’의 아시아 프린스 이광수, ‘응답하라 1988’의 이동휘에 ‘동주’로 2016년을 기분좋게 시작한 박정민까지 캐스팅 라인업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여기에 카메오로 출연해준 사람만 해도 박찬욱 감독과 이준익 감독부터 시작해 하정우, 박한별, 김태리, 이태임, 임나영, 클라라, 줄리엔 강, 소이현, 인교진, 샘 킴, 지석진, 오달수, 하연주, 이성민, 김성균, 박한별, 송지효, 강하늘 등 수많은 스타들에 심지어 SK 와이번스 김광현 투수까지 출연했다. 매 회 나오는 카메오만 해도 화제성을 이끌기에 충분했다는 소리다.
하지만 이런 라인업이 무색하게 ‘안투라지’는 처참하게 망했다. 1회는 2.264%(닐슨 코리아, 유료가입자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2회에서 곧바로 1.162%로 시청률이 반토막 났다. 그리고 6회에서는 0.617%라는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고 말았다. 이 기록은 tvN 초창기를 제외하면 0.537%의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조보아, 온주완 주연의 ‘잉여공주’ 이후 가장 낮은 시청률 기록이다.
‘안투라지’가 이처럼 처참한 실패를 기록한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문화적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미국 TV 시리즈를 한국에서 리메이크한 무모한 도전을 꼽을 수 있다. 할리우드 스타 마크 왈버그가 자신의 할리우드 상경기를 토대로 제작한 ‘안투라지’는 그 자유롭다는 미국에서도 넘치는 19금 소재로 인해 문제가 된 작품인데, 이를 문화적 풍토가 아예 다른 한국에서 리메이크한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무리수였다.
그렇다고 차라리 미국판처럼 방통위 징계를 각오하고 화끈한 수위로 제작했다면 시청자들의 눈길이라도 끌었겠지만, 한국판은 그런 모험수를 보여주지도 못한다. 결국 미국식 19금 개그와 노출이 제거되고, 네 청춘의 성장드라마처럼 변질되어가면서 ‘안투라지’는 인기 TV 시리즈의 리메이크라는 장점을 모두 잃어버렸다.
게다가 ‘안투라지’는 100%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지면서 시청률이 뚝뚝 떨어져 바닥을 치는 현실에 대해 마땅한 대응책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초반부 시청률 하락의 원인을 분석한 뒤 중반부나 후반부에서 시청률을 반등시킬 수 있는 대책이라도 내놓겠지만, 100% 사전제작이기에 이런 유연한 대응이 통할 여지가 없었다.
사실 100% 사전제작 드라마는 KBS ‘태양의 후예’가 시청률 40%에 육박하는 초대박을 터트리며 ‘만병통치약’ 정도로 여겨지고 있지만, 100% 사전제작 드라마로 기대에 부응하는 효과를 낸 드라마도 사실 ‘태양의 후예’가 유일하다. 수지와 김우빈이 출연한 ‘함부로 애틋하게’, 아이유가 출연한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박소담과 정일우, 안재현 등이 출연한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등 다른 100% 사전제작 드라마들은 모두 시청률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고, 이는 현재 방송 중인 100% 사전제작 드라마 ‘화랑’ 역시도 마찬가지다.
‘안투라지’는 원작의 매력을 전혀 살리지 못한 리메이크라는 약점에, 100% 사전제작 드라마가 가질 수 밖에 없는 함정에 걸리며 처참한 실패를 맛보게 됐다. 2016년 ‘응답하라 1988’과 ‘치즈인더트랩’, ‘시그널’로 승승장구하며 시작해 ‘도깨비’까지 이어진 tvN 드라마에게도 ‘안투라지’는 역대급 흑역사로 남게 됐다. 한국적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리메이크, 그리고 100% 사전제작으로 시청자들의 우려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까지. ‘안투라지’는 tvN 드라마 제작진에게도 방심하면 안 된다는 좋은 선례를 남긴 셈이 됐다.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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