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전체 흥행 1위는 유일하게 전국 천만 관객를 동원한 연상호 감독의 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1156만)이 차지했다. 이어서 ‘검사외전’(970만)과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867만), 밀정(750만), ‘터널’(712만) 등의 영화가 뒤를 이었다.
물론 박스오피스 최상위권의 영화들을 대작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장악한 것은 해마다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상위권과 중위권에 대작 블록버스터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대거 진입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풍경이었다.
유해진 주연의 코미디 영화 ‘럭키’는 697만 관객을 동원하며 예상 외의 성공을 거뒀고, 나홍진 감독의 ‘곡성’(687만)이나 허진호 감독의 ‘덕혜옹주’(559만),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428만)처럼 대중적 취향보다 작가적 취향이 더욱 강하게 반영된 영화들도 흥행에서 큰 재미를 봤다.
또한 주류 상업영화에 비해 비교적 저예산으로 제작된 ‘귀향’(358만)이나 이준익 감독의 ‘동주’(117만), ‘굿바이 싱글’(210만) 등의 영화들도 준수한 흥행을 기록하며 한국영화의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다.
이는 할리우드 영화들 역시 마찬가지다. 예년 같으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대거 차지했을 슈퍼히어로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867만)와 ‘닥터 스트레인지’(544만), ‘데드풀’(331만) 정도만이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엑스맨 : 아포칼립스’(293만),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225만), ‘수어사이드 스쿼드’(189만) 등은 개봉 전의 높은 기대치에 비하면 아쉬운 흥행을 기록하며 슈퍼히어로 영화의 열기가 잠시 주춤한 한 해임을 증명했다.
반면 ‘주토피아’(465만), ‘쿵푸팬더3’(398만), ‘도리를 찾아서’(260만), ‘마이펫의 이중생활’(252만), ‘굿 다이노’(132만) 등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극장가에서 큰 강세를 보였고, ‘라라랜드’(194만, 상영중), ‘컨저링2’(192만),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271만), ‘셜록 : 유령신부’(127만). ‘라이트 아웃’(111만) 등 평소 박스오피스 상위권에서 찾아보기 힘든 음악영화, 호러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박스오피스에 등장했다.
이처럼 2016년 한 해에는 비교적 다양한 영화들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해였지만, 그래도 해마다 반복되어 온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올해도 변함없이 반복됐다.
시작은 설 연휴 극장가를 휩쓴 ‘검사외전’이었다. ‘검사외전’은 설 연휴인 2월 9일, 2633개의 스크린 중 약 70%에 달하는 1812개의 스크린에서 총 9451회 상영되며 하루 동안 전국 118만 관객을 동원하는 괴력을 선보였다.
그 뒤를 이어서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가 개봉 4일째인 4월 30일, 전체 스크린의 75%에 달하는 1991개 스크린에서 하루동안 1만 341회나 상영되며 114만 관객을 동원했고, ‘부산행’도 최대 1788개 스크린에서 1만 300회나 상영되며 하루 128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런 스크린 독과점의 뒤로는 제대로 된 상영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사라진 좋은 영화들도 많이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장률 감독의 ‘춘몽’은 개봉 첫 날 전국 95개 스크린에서 364회 상영된 것이 전부였고, 최종 관객도 겨우 1만 4423명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하루 137회 상영)이나 정지우 감독의 ‘4등’(하루 447회 상영), 류훈 감독의 ‘커튼콜’(하루 105회), 박석영 감독의 ‘스틸 플라워’(하루 33회) 등 영화제를 통해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들도 대부분 말도 안 되는 적은 상영기회만을 보장받으며 아쉬운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아무리 극장가의 풍경이 다양해졌다고 해도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극장가의 진리는 2016년에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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