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되지 않은 화폐 개혁으로 혼란에 빠진 베네수엘라가 기존 최고액권인 100볼리바르 지폐의 유통 시한을 재연장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내년 1월 20일부터 100볼리바르 지폐의 유통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국민들이 신년 축제 기간에 화폐 교환 문제로 걱정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기존 1월 2일까지였던 시한을 다시 연장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화폐대란’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물가 폭등에 대처하기 위해 15일부터 500·1,000·2,000·5,000·1만·2만볼리바르짜리 지폐를 새로 유통하고 현행 최고액권인 100볼리바르화 사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국경 지역에서는 볼리바르화를 사들여 시중가격보다 저렴한 베네수엘라 상품을 산 뒤 콜롬비아에서 비싸게 되파는 방식의 밀수가 성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로 쓰이는 100볼리바르화의 유통을 금지시켜 생필품난을 막아보겠다는 조치였다.
문제는 약속한 일정에 맞춰 고액권이 준비되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은행 앞에 장시간 줄을 서도 낮은 단위의 화폐를 받아가게 되자 기존에 돈뭉치를 들고 다녔던 사람들이 돈을 자루에 담는 등 불편이 심화하고 저액권 화폐 부족 현상까지 생기면서 유통도 마비됐다. 정부의 미숙한 대응에 항의하는 소요 사태가 지난 16일 6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3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마두로 대통령은 당시 기존 지폐를 대체할 신권의 도입이 항공기 수송 방해로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그는 용의자 등 자세한 정보를 밝히지 않았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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