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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씨의 #그래도 연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아*다부터 튤*까지 소개팅앱 전전하는 여자

■'눈이 높다·낮다'로 나눌 수 없는 나만의 취향을 찾아서

늘 찾았다가도... 다 어디로 간거니




#. 남자 : “안녕하세요~”

나 : “네 안녕하세요”

남자 : “점심 드셨어요?”

나 : “네~~ 맛있는 것 드셨어요?”

남자 : “오늘 팀 송년회 점심이라 고기 먹었어요^^ 댁이 어느 쪽이세요?”

나 : “저는 잠실 살고 있어요”

남자 : “아 저도 강동이라 가깝네요… 괜찮다면 카톡으로 얘기할까요?”

오늘도 소개팅 어플에서 만난 남자와의 대화를 시작한다.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과금된다. 프로필을 열어보는 것도 돈을 내야하는 서비스가 있는데 이 정도면 꽤 합리적인 아이다.

일단 자기소개부터 취향 저격…. 지금 행복한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혼술하면서 다양성 영화를 보는 게 취미란다. 개발자지만 언젠가는 소설 한 편을 써보고 싶다는 꿈도 내 감성을 자극한다.



이 남자는 내가 꼭 맞았으면 하는 질문 다섯 개 중 무려 네 개나 일치하는 남자다.

더 소름 돋는 건…나는 ‘미래의 배우자에게 바라는 것’이라는 질문에 ‘언제든 원하면 외국가서 살아보는 것’이라고 써냈다.

그런데 이 남자도 ‘한 번쯤 사표 쓰고 전세보증금 빼서 세계일주하자고 제안해도 받아들여줄 여자’라는 답변을 달았다.

너님.. 내 인연이세여?


뚜뚜루뚜♪ 뚜뚜루뚜~~~~♪♬

스멀스멀 기대감이 피어오른다... 너님 내 취향저격!!!

그런데 멀쩡한 사람이 왜 오프라인 다 놔두고 굳이 왜 소개팅 어플이냐고?

나이가 들면서 어느 순간 ‘눈이 높다’ ‘눈이 낮다’로 딱 나눠지지 않는 나만의 취향이라는 게 생긴다.

정치성향이나 문제의식 같은 건 모가 깎이듯 무뎌질 수 있지만 내가 좋고 싫은 건 더 뚜렷해지기 마련이다. 다 말해봤자 까다롭다는 소리를 들으니 말을 안 할 뿐이다.

근데 이럴 때 꼭 고구마 백개쯤 먹은 것 같이 이러는 사람들이 꼭 있다

#. 며칠 전 부서 회식 자리.

비싼 고기 먹어놓고 꼭 아깝게 만드는 사람들 있다

차장 : “아니 왜 서경씨 남자를 안 만나...?”

나 : “ 글쎄요 ㅎㅎ아직 맘에 드는 사람이 없네요”

차장 : “요즘은 이런 말 해도 되나 모르겠는데.. 이러다가 나이 더 먹으면…멍멍 왈왈왈왈~~~~~~~~~~~아머러ㅏㅣ;널머ㅏㄹㄴ”

이런 말 해도 되나 모르겠으면 입을 다물란 말이다...


나 : “네:(프로답게 미소를 잃지 않고) 제가 알아서 할게요”

차장 양옆으로 도미노 쓰러지듯이 고개를 숙이고 술을 먹거나 딴 짓을 한다. 내 옆에 있는 부장님도 슬쩍 내 눈치를 본다.

부장 : “아니 그럴거면 이차장이 서경씨 소개팅이나 한 번 시켜줘봐”

차장 : “부장님 서경씨 눈이 높아요”

나 : “아니에요ㅎㅎ”



차장 : “아냐아냐 내가 말해볼까. 서경씨 이거야. 남자가 잘 생기지는 않아도 되지만 못 생기지는 않았으면 좋겠지…키 크지 않아도 180은 됐음 좋겠지? 똑똑하지는 않아도 되지만 학벌은 좀 높았으면 좋겠지? 그게 다 눈이 높다는 거야… 그럼 남자 못 만난다구 하핳ㅎ하하”

남 속은 뒤집어 놓고 건배를 외치며 술을 들이붓는 저 인간의 뒤통수를 한 대 쳐주고 싶은 기분이 가득하다 ㅂㄷㅂㄷ…



이래서 난 소개팅을 접었다.

난 눈이 높은 게 아니라 내가 만날 사람이 주말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지, 행복의 가치를 일에 두는지 가족에 두는지, 연인과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하는지, 여행은 휴양지로 가는 걸 좋아하는지 조금 더 불편한 여행을 즐기는지, 시간 약속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런 게 중요하다는 거다.

하지만 이상형을 묻는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시작하면 금방 꼰대로 변해버리며 날 피곤하게 한다.

‘빙빙 돌리지 말고 그래서 얼굴이야 능력이야... 아니면 집안?’

‘아니 뭐야…그래서 남자 만나기 싫다는 거야’

‘그냥 저질러버리면 되는데 너무 생각만 많아’



네네...니들 맘대로 생각하세요.........^^^^^^

그렇게 나는 소개팅 어플의 세계로 들어왔다.

소개팅 어플이라고 해서 무작정 가벼운 사람들만 모였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벼운 호감체크부터 진정성 있는 만남까지, 외모에서 시작해 취향, 가치관까지 백이면 백가지의 니즈를 맞출 수 있는 서비스가 마련돼 있다. 매우 고도화된 시장이다

“신세계다”


어플로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는 친한 동생의 권유로 얼평*생에서 첫 발을 내디뎠다.

근데 이거 병맛오브병맛이다… 프사를 올리면 익명의 남자들이 내 얼굴에 점수를 올린다. 거기에 덧붙이는 한줄평은 위자료 몇천은 청구해도 분이 안 풀린다. 개못생…넙데데…ㅎㅌㅊ???

일베에서 쓰는 말인데 평균 이하의 등급을 친다는 의미란다… 내 살다살다 이런 말까지 들어보다니…동생은 듣더니 팩트폭격이네 하고 실실 웃는다ㅡㅡ

뭐지ㅡㅡ


올린 사진을 유저들이 함부로 캡쳐를 할 수 없다고 해서 해본 거고…난 좀 더 진지한 만남을 원한다. 이때 나에게 선택지가 여러 개 생긴다.

얼쑤~~선택권은 많다!!!


아*다 하루에 2명 기회, 이용자 신뢰도 높음
정*의데이트 지인의 소개팅 컨셉으로 하루에 1명 기회
*하나사이 학교 소개팅 컨셉
*립(*ulip) 가치관 조사를 바탕으로 한 교제 컨셉
사실 이것말고도 우리가 아는 *음 등 수도 없이 많다...

아*다에서 지금의 연인을 만난 친구는 내게 고스펙자가 많다며 마구 영업을 해댔다. 실제로 그 남자친구와 셋이 본 자리에서 내가 봐도 훈훈한 얼굴에 성격까지 좋았다.

눈으로 보기까지 했으니 홀랑 넘어가 결제를 했지만 그 친구에게 나타난 인물도 좋고 키도 크며 스펙도 좋은 남자는 내 차례에는 오지 않았다.



나중에 전화로 말해줬다 “너 계탔다”

다시 또 다른 친구의 영업으로 난 이제 또다른 소개팅 어플‘ *립’을 한다.



여기서 맘에 들었던 건 가입을 하면서 3가지 질문에 대답을 하고 또 관계, 가족, 커리어, 라이프스타일 등에 관해서 나오는 질문의 답을 하면서 나도 되게 진지해진다는 거다.

내가 원하는 게 뭐였는지 고민도 해보고 예전에 연인과 다퉜던 게 취향 차이에서 비롯된 거라는 것도 알게 된 게 소소한 소득이다.

그리고 2016년의 마지막을 단 하루 앞두고 내가 꼭 맞았으면 하는 질문 다섯 개 중 네 개는 맞는 이 남자를 만나러 간다.



오늘 또 헛헛한 마음을 삼키며 만원에 네 개짜리 편의점 수입맥주로 혼술을 하게 될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하나는, 오늘도 내일도 나는 사람을 찾아나설 것이다. 내 취향대로! /싱글녀의신나는모험 sednew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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