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드라마 왕국’으로 불리던 MBC 드라마의 현실은 처참했다.
‘대장금’의 이병훈 PD와 최종규 작가 콤비의 재결합으로 기대를 모은 창사 55주년 특별기획 ‘옥중화’가 시청률 20%에 턱걸이하는 부진한 성적으로 화제도 못 모으고 막을 내린 것을 시작으로, 기대작들이 줄줄이 무너져내렸다.
그나마 ‘옥중화’ 방송 전 땜밤편성으로 들어간 이서진과 유이 주연의 ‘결혼계약’이 22.9%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뜻밖의 성공을 거뒀지만, 장나라를 앞세운 ‘한번 더 해피엔딩’, 최지우를 내세운 ‘캐리어를 끄는 여자’, 황정음을 내세운 ‘운빨로맨스’, 이요원을 내세운 ‘불야성’ 등 시청률에서 검증받은 스타들이 출연한 드라마들이 시청률 10%도 채 넘지 못하고 무너져내렸다.
월화드라마에서는 ‘마의’, ‘구가의 서’, ‘불의 여신 정이’, ‘기황후’, ‘빛나거나 미치거나’, ‘화정’으로 이어지는 월화사극 라인업 대신 복수극을 내세운 50부작 장편 ‘화려한 유혹’과 ‘몬스터’를 내세웠지만 시청률 10%를 겨우 넘기는 수준에 불과했다.
수목드라마에서는 이종석과 한효주 주연의 ‘W’와 서인국과 남지현 주연의 ‘쇼핑왕 루이’가 그나마 동시간대 시청률 1위도 해보며 좋은 평가를 얻었지만, ‘한번 더 해피엔딩’, ‘굿바이 미스터 블랙’, ‘운빨로맨스’, ‘역도요정 김복주’ 등이 모두 평균 10%의 시청률을 채우지 못했다.
주말드라마도 상반기에 방송된 ‘가화만사성’과 ‘옥중화’는 최고 시청률 20%를 넘으며 선전했지만, 하반기에 방송된 ‘불어라 미풍아’와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는 10% 대의 시청률에서 허덕이며 최근 몇 년간 MBC 드라마가 이어온 주말드라마 강세도 무너졌다.
이런 가운데 MBC는 평일드라마에 대작 사극 라인업을 부활시키며 ‘드라마 왕국’ 재건의 칼을 갈고 있다.
가장 먼저 선보일 사극 작품은 홍길동을 주인공으로 하는 월화사극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이다. ‘역적’은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홍길동’이 아닌 조선 연산군과 중종 시대를 살았던 실제 역사속 인물 ‘홍길동’을 내세우는 작품.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은 제목처럼 신출귀몰한 의적 홍길동의 모습 대신, 금수저임에도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 연산(김지석 분)과 흙수저지만 민심을 얻는 데 성공한 홍길동(윤균상 분)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백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새로운 홍길동의 이야기를 펼쳐낼 것으로 기대된다.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은 2015년 SBS ‘육룡이 나르샤’와 ‘닥터스’로 주목받았고, tvN ‘삼시세끼 어촌편3’를 통해 친근한 매력까지 갖춘 윤균상이 ‘홍길동’을 맡고, 김지석이 ‘연산군’을, 이하늬가 ‘장녹수’를, 그리고 김상중과 채수빈이 홍길동의 아버지 ‘아모개’와 ‘송가령’을 맡는 등 탄탄한 캐스팅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총 30부작인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의 뒤를 이어서 5월 부터는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왕은 사랑한다’가 방송된다. ‘왕은 사랑한다’는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욕망을 그린 격정 멜로 사극으로, 임시완이 고려 최초의 혼혈왕인 왕원(충선왕)을, tvN ‘THE K2’를 통해 배우로서의 매력을 다시 한 번 과시한 임윤아가 고려시대의 ‘스칼렛 오하라’인 ‘은산’을 연기한다.
‘왕은 사랑한다’는 정보석이 임시완의 아버지인 충렬왕으로, 장영남이 원나라 황제의 딸이자 임시완의 어머니인 원성공주로 출연하며, 이외에도 김호진과 이기영, 엄효섭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해 새로운 탐미주의 사극을 완성할 예정이다.
수목드라마에서도 모처럼 사극이 등장한다. 유승호와 김소현이 출연하는 사극 ‘군주 : 가면의 주인’이 ‘미씽나인’의 후속으로 상반기 중 첫 방송 되는 것. ‘군주 : 가면의 주인’은 1700년대 조선에 실제 존재했던 물의 사유화를 다룬 팩션 사극으로, 물을 사유화해 강력한 부와 권력을 얻은 조직 편수회와 싸우는 왕세자의 싸움을 그려낼 예정이다.
하지만 MBC 드라마에 사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역도요정 김복주’의 후속으로 1월부터 방송될 정경호와 백진희 주연의 ‘미씽나인’은 한국판 ‘로스트’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흥미로운 스토리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미씽나인’은 비행기가 추락한 후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아이돌 가수, 매니저, 대기업 사장, 비서 등 다양한 계층의 인간군상 아홉 명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생존물. 한국 드라마에서는 보기 드문 생존물 장르를 표방한데다, 이들 중 단 한 명만 살아돌아오며 펼쳐지는 무인도에서 벌어진 사건들의 진실게임이 만드는 스릴러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MBC는 이처럼 2016년 상반기 기존의 대하사극과는 다른 세 편의 팩션 사극과 생존물을 내세워 ‘드라마 왕국’의 명성 재건에 도전한다. 현대극 대신 과감하게 사극과 생존물 등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장르를 선택한 MBC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