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사실상 친박 핵심들을 겨냥해 스스로 책임질 방안을 제출해 달라고 주문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친박 실세를 향해 “6일까지 당을 떠나라”고 최후통첩을 날린 가운데 정 원내대표가 당의 쇄신과 화합을 동시에 도모하기 위한 중재에 나선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1일 오전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후 기자들과 만나 “친박당의 이미지를 쇄신시키지 않고는 당이 재건될 수 없다”며 “‘도로친박당’이 되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분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 죽는 것이 앞으로 더 살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분들이 자진해서 ‘내가 한 발짝 물러서는 것이 당을 위한, 국가를 위한 것’이라는 마음을 갖고 그것(책임안)을 써서 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 원내대표는 또 “그렇다고 지금 언론 보도처럼 인적 쇄신 대상이 그렇게 확대된 인물들은 아니다”라며 “2년 간 최고위원을 역임한 나 역시 책임 없지 않기 때문에 나도 사회봉사 10시간을 하겠다고 (비대위에) 써 내겠다”고 약속했다.
정 원내대표가 자진 탈당이 인적 쇄신의 유일한 방안은 아니라는 점을 에둘러 강조하며 친박계와 인명진 위원장 사이에서 나름의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 위원장의 말씀이) 전부 자진 탈당을 하라는 게 아니다”며 “다양한 형태로 책임지는 모습들이 나올 수 있다”고 부연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는 이날 서울 모처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인적 청산의 범위와 강도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방안 논의에 착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변인은 일부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친박 일부 의원들이 오늘(1일) 비공개 모임을 갖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정확한 멤버와 모임 시간, 장소는 파악 안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 안팎에서는 친박계가 핵심 실세 2~3명의 당적을 정리하는 선에서 인 위원장과 타협을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새누리당 주류가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온전히 인정하는 꼴인 자진 탈당만은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 당이 극심한 내홍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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