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마지막 하루와 새해 첫날 세계의 화약고 중동이 테러로 얼룩졌다. 이라크 바그다드와 터키 이스탄불에서 잇따라 발생한 테러로 60명 이상이 숨졌다. 일련의 테러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시리아 내전, 터키 정국불안 등 중동의 현실이 드러난 것이어서 올 한해도 전 세계는 테러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IS의 위협 여전한 중동=지난해 12월3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침 이라크 바그다드 시나크 시장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28명이 숨지고 54명이 다쳤다. 바그다드 도심에 위치한 시나크 시장은 식료품·의류·공구류를 모두 취급하는 종합시장으로 테러가 일어난 것은 가장 많은 인파가 붐비는 시간이었다. 폭탄 벨트를 착용한 범인이 먼저 공격을 감행하고 몇 분 후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자 또 다른 폭탄이 터진 것으로 알려졌다.
IS는 테러 발생 후 하루가 지나지 않아 자체 선전매체 아마크통신을 통해 테러의 배후임을 자처하면서 이라크 정부군의 모술 탈환에 대한 보복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IS는 이라크 정부군이 지난해 10월 중순께 자신들의 근거지인 모술 탈환작전을 개시하자 바그다드 등지에서 잇따라 테러를 감행했다. 시나크 시장을 포함해 이날 하루 동안 바그다드 인근에서 발생한 테러만도 모두 네 차례에 달한다.
이번 테러는 IS 격퇴작전이 난항에 부딪혔음을 드러냈다. 이라크 정부는 지난해 6월 군이 팔루자에서 IS를 몰아낸 후 지난해 말까지 모술도 탈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IS의 극렬한 저항에 12월27일 목표시기를 올 3월까지로 미뤘다. 여전히 모술에 잡혀 있는 시민이 150만명에 달하는 점도 이라크군이 적극적인 공격을 감행하지 못하는 이유다. 미군이 주도하는 연합군은 모술과 락까에서 IS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 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IS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살아 있다”며 “IS를 여전히 이끌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를 둘러싼 사망설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지난해 11월 “모술을 사수하라”는 그의 음성 메시지가 공개됐다.
◇새해를 테러로 맞은 이스탄불=1일 새벽1시15분께 터키 이스탄불의 ‘레이나’ 나이트클럽에서 무장괴한들이 무차별 총격 테러를 감행해 39명이 사망하고 69명이 부상했다. 산타클로스 옷을 입은 범인들은 클럽 바깥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경찰들에게 총격을 가한 후 클럽 안으로 들어가 신년 파티를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향해 아랍어를 외치며 총기를 무차별 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사망자 중 21명의 신원이 확인됐으며 이 중 외국인이 최대 16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국가로서 테러 단체와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쉴레이만 소일루 내무부 장관은 “현재 도주 중인 테러범들을 찾고 있다”며 “신께서 체포작전을 도와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범행의 배후가 특정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소행일 것으로 추측했다. 줄리에테 카얌 CNN 국제안보 애널리스트는 “이스탄불에서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으로 유명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테러는) 소프트타깃(민간인 등 테러리스트의 공격에 취약한 대상)을 노린 것”이라며 IS의 배후 가능성을 지목했다.
CNN은 이번 사건이 여전히 불안한 터키의 사회상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터키는 IS 외에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테러에도 시달려왔다. 시리아와 국경을 접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이 주로 터키를 거치는데다 지난해 6월 쿠데타까지 겪어 정치 역시 불안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터키에서는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 테러와 앙카라 러시아 외교관 사살 등 크고 작은 사건이 잇따랐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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