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우리 경제는 더 어려워질 것 같다. 어떤 전문가들은 새해에 ‘퍼펙트스톰’ 위기가 우리 경제를 덮칠 것이라고 한다. 여러 태풍들이 한꺼번에 겹치는 퍼펙트스톰처럼 내년 우리 경제에 여러 메가톤급 위기들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전대미문의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하락, 장기 경기침체, 가계부채와 공공부채의 급증, 중국의 경기침체, 미국의 금리 인상, 주요 교역국들의 자국중심주의 등이 겹쳐서 새해에는 더 이상 우리 경제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경제사령탑마저 사라지면서 퍼펙트스톰 위기가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필자도 현 위기가 복합적 요인들이 겹쳐서 발생했다고 동의하지만 그 핵심 원인은 기존 성장모델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라고 본다. 최근의 저소비·저투자·저금리·저고용·저물가·저성장, 장기 경기침체,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 심화, 국제통상 관계의 갈등 격화 등의 기저에는 기존 산업사회형 성장모델의 한계봉착 위기가 깔려 있다. 바로 뉴노멀(new normal) 위기다. 뉴노멀은 모든 경제지표들이 최저점으로 수렴해 고착되는 현상인데 이런 전면적 경기침체는 일반적으로는 비정상인 ‘어브노멀(abnormal)’이나 앞으로는 이런 상태가 장기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정상상태라는 뜻이다. 뉴노멀 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으로 그 원인은 기존의 20세기 산업사회형 성장모델의 성장잠재력 소진이다. 이제 완전히 새로운 21세기형 성장모델로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가 된 것이다.
선진 경제들은 10여년 전부터 21세기형 경제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해왔다. 최근의 4차 산업혁명 화두나 글로벌 선두 기업들의 리스트가 규모와 효율성을 강조하던 GM·코닥·소니·마쓰시타·시어즈·노키아 등으로부터 채 1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만에 상시 창조적 혁신을 추구하는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테슬라 등으로 완전히 바뀐 것을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산업사회형 경제를 선진국들보다 100년 늦은 1960년대에 시작했고 최근에야 겨우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게 됐기 때문에 20세기형 성장모델에서 더더욱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가장 중대한 정책실패는 21세기형 경제로의 대전환의 적기를 1960년대에나 통했을 시대착오적인 토목공사와 부동산 개발로 허비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과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현 상황은 임진왜란 때 선조를 비롯한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가 나라를 버리고 자신만 살겠다고 도망쳤던 때와 같다. 그때 나라를 구한 것은 백성들이 분연히 일어나 결성한 의병들과 해군을 해체해 육군에 합치라는 왕명을 거부하고 자신의 소신에 따라 바다를 지켜낸 이순신이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다. 우리 기업들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의존할 생각을 버리고 임진왜란 때 의병처럼 각자 최선을 다해 나름대로의 생존과 성장을 추구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의 도움 없이 개별 기업들이 퍼펙트스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게임의 규칙이 바뀌는 대전환기에는 9대1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한다. 기존 기업들 중 대다수인 9가 사멸하고 1만 살아남아 새 시대의 주인이 된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 기업들이 9대1에서 소수인 1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뉴노멀 위기에서도 9가 죽지 다 죽는 것은 아니다. 1은 살아남아 전대미문의 속도로 급성장한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정신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불굴의 정신이다. 99%가 실패하고 1%만 살아남는 상황에서 자신이 바로 그 1%라고 믿고 도전하는 것이 기업가정신이다. 지금은 국가 경제가 성장해 기업들이 잘 되는 것이 아니라 각 기업들이 의병처럼 각자 살아남고 성장하면 그 결과 국가 경제가 살아남는 형국이다. 대다수가 무너지는 것이 정상인 뉴노멀 위기에서 살아남아 급성장하는 소수는 일종의 비정상인 ‘뉴어브노멀(new abnormal)이다. 모든 우리 기업들이 불가능에 도전하는 불굴의 기업가정신으로 모두 뉴어브노멀이 되면 그 어떤 퍼펙트스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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