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의회가 지난해 쿠데타 진압 후 선포한 국가비상사태를 3개월 추가 연장하는 정부안을 3일(현지시간) 승인했다고 터키 도안 통신이 보도했다. 터키 정부가 쿠데타 진압 직후 지난해 7월 21일 선포한 3개월 간의 국가비상사태는 이미 1차례 연장돼 오는 19일 종료될 예정이었다. 국가비상사태 체제에서는 국민의 각종 권리와 자유가 제한되고 대통령에게 막강한 입법권이 주어진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국가비상사태 선포후 쿠데타 배후로 의심받는 재미 이슬람 학자 펫훌라흐 귈렌과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4만1,000여명이 검거됐고, 10만3,000명이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터키 정부는 귈렌의 영향력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비상사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유럽연합(EU)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비판세력에 대한 광범위한 탄압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11월 터키와 EU 가입 협상을 중단하도록 지지한 유럽의회를 맹비난하면서 비상사태 연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헌법 개정안 논의가 다음 주 의회에서 시작된다고 이날 밝혔다. 대통령의 권한을 확대하고 당수직 유지를 허용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은 오는 9일 의회에 제출돼 이달 말까지 통과가 예상된다. 터키 정부는 헌법개정안이 의회 통과에 충분한 지지를 얻더라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입장이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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