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동안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한 수출이 급속히 동력을 잃고 있다. 통관 기준 수출은 지난 2015년 15% 줄어든 데 이어 2016년에도 7% 가까이 감소해 5,000억달러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이 2년 내리 줄어든 것은 58년 만이다. 수출 순위도 프랑스와 홍콩에 밀려 8위로 내려앉았다. 수출과 수입을 합한 교역 규모는 9,000억달러에 간신히 턱걸이해 2011년부터 4년 동안 지킨 1조달러 고지는 이미 2015년에 무너져 회복이 안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5일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100억달러 수출탑을 받은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연간 수출 100억달러 고지에 오른 기업이 전무한 것은 1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1억달러 수출탑을 받은 기업은 5년 새 129개에서 55개로 줄어 충격을 줬다. 이는 수출이 부진하기도 했지만 상당수의 수출기업이 해외로 나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5년 전 1억달러 수출탑 129개는 순전히 국내에서 생산해 낸 성과인데 2014년부터 국제수지 기준의 수출통계 산출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국내 모기업이 중국이나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세울 경우 그전까지는 모기업과 현지법인 간의 원재료와 가공품이 각각 수출·수입으로 잡혔다. 하지만 해외에서 가공해 수출할 때 소유권 이전 기준으로 변경돼 한국 기업의 해외 현지법인이 해외에 판매할 때 수출 실적으로 잡힌다. 따라서 2016년 1억달러 수출탑 55개 기업의 상당수는 국내에 공장이 없거나 일부만 있는 기업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한국 수출 실적과 국내 일자리 창출의 연계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로 국내 생산활동은 활발하지 않은데도 한국의 수출과 경상수지는 크게 계상돼 불필요한 통상마찰의 원인마저 될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10억달러의 전자제품 부품을 베트남 현지법인으로 보내 가공 조립해 20억달러로 미국에 수출할 경우 과거에는 10억달러 수출이었으나 이제는 20억달러 수출로 계상된다. 이처럼 해외 현지법인을 세워 수출함으로써 해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데도 통계상으로는 한국의 수출과 경상수지로 잡혀 한국이 통상압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밖에 과거 사업 서비스로 계상되던 중계무역도 상품 서비스로 계상돼 상품 수출을 부풀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4년간 중계무역의 순수출 규모가 연평균 114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 밖에 해외 현지법인의 영업이익도 배당받은 것을 제외한 나머지가 내부유보액 재투자수익으로 계상돼 임금과 투자수익으로 구성된 본원소득수지를 늘려 상품수지, 서비스 수지, 본원소득수지의 합인 경상흑자가 늘어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해외 현지법인의 영업이익 잉여금 100억원 중 배당이 50억원이면 나머지 50억원을 내부유보액으로 계상하는 것이다. 재투자수익은 2010년까지 적자를 보이다가 2011년부터 흑자로 전환했다.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 증가로 2010년 말 이후 해외직접투자가 외국인직접투자를 초과한데다 해외직접투자 기업의 영업 실적이 호조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편 이처럼 해외 현지법인의 영업이익 중 배당을 제외한 내부유보액이 늘어남으로써 마치 국내에 현금이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 요즘 국내에서 왜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고 투자나 임금으로 쓰지 않느냐는 비현실적인 논쟁도 초래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새로운 국제수지매뉴얼(BPM6) 도입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국제수지 기준 수출통계 작성이 소유권 이전 기준으로 변경된 후 생산·수출·일자리·내부유보액 등이 국내 경제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고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영 확대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점차 커진다는 점에서 일자리대책·통상대책 등의 각종 정책 수립시 이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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