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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 경쟁





GPS. 날로 발전하는 이기(利器)다. 스마트폰의 각종 애플리케이션과 자동차 위치정보 시스템(내비게이션)까지 GPS가 기반이다. 인터넷과 더불어 현대인의 생활에 끼치는 영향이 가장 큰 도구로도 손꼽힌다. GPS의 정식 명칭은 Global Positioning System. 말 그대로 지구적 위치결정 시스템이다. 인공위성이 보내주는 GPS 서비스 덕분에 운전자들은 터널과 휴게소 같은 지역 정보와 도로 혼잡도와 과속 경고 등 도로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당초 개발 목적은 군사용. 대륙간 탄도탄(ICBM)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위성항법 체계의 일환으로 1940년대 말부터 개념연구가 시작돼 1978년 첫 전용위성(Block 1 GPS)을 쏘아 올렸다. GPS의 작동원리는 초정밀 원자시계를 이용한 거리측정. 4개의 위성이 시간과 거리를 측정해 날아가는 미사일에 시시각각 수정된 정보를 보냄으로써 탄착 정확도를 높이는 게 GPS의 개발 목적이다.

정밀도를 높이려다 보니 시간의 동기화가 필요했다. 적진에 침투한 특공대원들이 시계를 맞추는 것과 같은 이치다. GPS 위성 간 동기화 시각이 바로 1980년1월6일 자정. 요즘에도 가끔 새 휴대폰에 동기화 시각이 표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새로 산 스마트폰에 ‘1980년1월6일 12시’라는 날짜와 시간이 뜨는 이유는 바로 이 시각이 GPS 위성에 탑재된 원자시계들의 시간을 맞춘 시각이기 때문이다.(새로 산 스마트폰의 동기화 시각은 기지국과 연결하면 바로 고쳐진다.

군사용으로만 활용되던 GPS가 민간에게도 제공된 계기는 우리나라와 관련이 깊다. 1983년 9월 발생한 소련 전투기의 대한항공 여객기 격추 사건 직후 미국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GPS 정보를 민간에 풀었다. 민항기 안전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자 군사용 GPS를 민간용으로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민간에게 제공하는 정보의 수준을 낮췄다. 적성국가에 흘러 들어가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판단 아래 일부러 정확도를 낮춘 탓이다.

미국에서 ‘세금은 민간이 내고 좋은 기기는 군대만 쓴다’는 불만이 높아지자 빌 클린턴 대통령은 차별을 원칙적으로 없앴다. 그렇다면 군사용 GPS와 민수용은 차이가 없을까. 이론적으로만 그렇다. 군사용의 경우 몇겹의 암호로 보호돼 전파 교란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천둥 번개 같은 기상 이변이나 고의적으로 방해 전파를 발사해도 보호장치가 있는 군용 GPS의 신뢰도가 높다는 얘기다. 민간용 GPS는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

미국이 지금까지 GPS를 위해 발사한 인공위성만 72기. 구형 인공위성을 대체한 신형 위성을 쏘아 올려 현재는 위성 31기가 GPS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이 노후 위성의 교체와 새로운 신형 위성 발사와 유지 보수, 연구와 개발에 투입하는 비용은 연 7억5,000만 달러 규모. 개발 이래 지금까지 투입한 예산은 수백억 달러를 넘는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개발하고 유지하는 GPS를 미국은 전세계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각국이 독자적인 GPS를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 러시아는 글로나스(GLINASS)라는 이름의 GPS를 2011년부터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유럽연합도 갈릴레오(GALILEO) 프로젝트를 2020년까지 완성, 전세계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도 갈릴레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운용 위성 14개에 4개 위성을 테스트 중인 EU는 모두 30개 위성을 갖춰 나갈 계획이다.

중국 역시 베이더우프로젝트(北斗衛星系統)라는 명칭의 GPS를 위해 인공위성 21개를 운용하고 있다. 중국은 위성을 35개까지 늘려 2020년부터 전세계에 정보를 무료 제공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베이더우는 늦게 출발한 만큼 새로운 기기와 프로그램을 많이 사용, 정확도 측면에서 미국의 GPS를 능가하는 부분도 있다고 한다. 미국과 중국 간 GPS 성능 개선 경쟁도 예상된다.

세계 각국이 무료 GPS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안보와 경제,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군사용 작전 지도를 미국이 제공하는 GPS에 의존할 수 없다는 군사적 필요성이 그 첫 번째 이유였다. 최근 들어서는 GPS 관련 정보의 축적과 가공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선박과 항공기, 군용 미사일의 위치 점검으로 시작된 GPS는 어디까지 영역을 확대할 것인가. 각국은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GPS 자산 확보에 나서고 있다.

GPS는 기업의 영업 형태도 변화시켰다. GPS칩이 장착된 핸드폰은 개인활동과 영업·광고 행태를 바꿀 판이다. 근처 맛집 찾기에서 공공 서비스까지 가능하다. 제약회사는 영업사원들의 GPS내장 단말기를 통해 효율적 노동관리는 물론 주문과 생산·보관 자동화와 물류비 절감을 꾀할 수 있다. 미국 최대 인터넷 지도업체의 하루 방문객 수는 우리나라 인구보다도 많다고 한다. 한때 지구촌을 달군 포켓몬 고 찾기도 GPS시대의 신풍속도다. 이게 다 돈이 될 수 있다. 황금시장이 눈앞에 왔건만 한국형 GPS 구축은 요원하다. 선거 때나 지켜지지 않을 공약이 나오는 정도다.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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