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삼성그룹 사이의 뇌물죄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오늘(6일) 의혹의 한 축인 삼성그룹에 대한 본격수사에 착수했다.
특검팀은 “오늘 오후 2시 임대기(61) 제일기획 사장을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임 사장을 상대로 삼성전자가 현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에 거액을 후원하게 된 경위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 결과, 삼성전자는 2015년 10월∼작년 3월 영재센터에 16억2천8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최씨와 장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에게 압력을 넣어 삼성전자의 후원을 끌어낸 것으로 판단했다.
특검팀은 삼성전자의 영재센터 후원이 2015년 7월 청와대가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을 움직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에 필수적이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해준 데 대한 대가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해 삼성그룹을 도와주고 그 대가로 최순실 씨 일가에 대한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지면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검팀은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의 다른 축인 청와대-보건복지부-국민연금 라인에 대한 수사는 상당 부분 진행한 상황.
지난달 31일 구속된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하는 데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얻어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이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을 공개 소환하는 것은 삼성그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의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영재센터 후원 외에도 2015년 8월 최 씨의 독일 현지법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는 등 최 씨 일가를 다방면으로 도와준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이 청와대의 요구에 따라 최 씨 일가를 조직적으로 지원한 의혹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그룹 핵심 수뇌부를 줄소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소환 조사도 시간문제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특검팀이 물증 확보를 위한 강제수사에 나설 것인지도 이목이 집중된다.
특검팀이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을 밝히는 데는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25일 단독 면담에서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 규명하는 것이 핵심.
면담 당일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 기록에는 박 대통령이 영재센터 후원을 요구했음을 시사하는 문구가 적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회장이 면담 직후 최 씨 일가 지원을 지시한 정황도 확보됐다.
특검팀이 제3자 뇌물수수 의혹에 초점을 맞춰 이 부회장에 칼끝을 겨누는 데 대해 삼성그룹은 이른바 ‘공갈·강요 프레임’으로 대응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 일가에 대한 삼성의 지원이 권력의 압박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으로, 삼성을 피해자로 부각하는 논리.
이에 따라 특검팀의 삼성 수사는 제3자 뇌물수수와 공갈·강요 프레임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치열한 법리 싸움 양상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삼성의 최 씨 일가 지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대가성으로 확인될 경우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신년 인사회에서 제3자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 “누구를 봐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제 머릿속에서도 없었다”며 “완전히 엮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진=MBN 뉴스화면 캡처]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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