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국가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한국외교가 사면초가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본 정부가 6일 부산의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며 취한 일련의 조치들로 인해 한일관계는 급격하게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관계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강(强) 대 강(强)’ 구도를 형성하는 가운데 대통령 탄핵 국면까지 겹친 한반도 정세는 그야말로 초(超)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고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정 공백을 우려하면서 “정부와 국회 간 초당적 국가 차원의 외교안보 협의체를 만들어 완충작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관계, 퇴로 없는 정면충돌=일본이 이날 소녀상 설치에 대한 외교적 항의 표시로 주한 일본대사와 부산총영사를 일시 귀국시키는 한편 양국 간 진행 중인 경제·금융 협력까지 중단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사실상 한일관계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날 오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일본 측의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 2015년 말 양국 간 위안부 합의를 계기로 훈풍이 기대되던 한일관계는 위안부 합의 1년을 맞아 시민단체가 세운 소녀상으로 인해 급속도로 냉각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일 양국이 국내 정치의 문제 때문에 서로 평행선을 달리며 접점을 찾지 못하고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일본 정부의 이날 조치로 인해 일본에 대한 국내 여론이 악화되고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조기 대선 모드에 돌입한 상황에서 예비 대선주자들이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선명성 경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역시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소녀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데 대한 우익 세력들의 불만을 더 이상 걷잡을 수 없게 된 아베 신조 총리가 국내 정치에 몰려 이번 조치와 같은 ‘초강수’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내 정치가 국제화되고 외교정책화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진 소장은 “일본 내부에서는 극단적으로 한국과는 협력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이라는 카드를 버릴 수도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일관계는 앞으로 굉장히 어려워져 타협의 길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2월에 개최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던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역시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중경쟁 가속…‘한국 흔들기’ 가시화 우려=지금까지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종종 처했던 한국은 미중경쟁 격화 속에서 다시 한 번 기로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업가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한미동맹에 경제적 손익이라는 잣대를 들이대 방위비분담금 증액,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암묵적 보복조치를 하고 있는 중국의 한국 흔들기가 더 노골적으로 진행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 기고문을 통해 ‘사드 반대’를 중국의 외교정책 방향으로 꼽기도 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미국은 한국에 상당히 강력하게 미국의 이익을 위해 책임과 노력을 다하도록 압박할 것”이라면서 “이에 기반한 한미동맹의 중요성도 재평가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중국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면서 “올해 중국과 관련된 정책 결정을 대단히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강 부원장은 “중국은 한미동맹 균열과 사드 문제를 통한 한국 흔들기에 중점을 둘 것”이라면서 “특히 사드의 경우 중국은 한국의 차기 정부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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