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6부(김정숙 부장판사)는 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송기호 변호사가 외교부를 상대로 “위안부 협상 문서를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번에 공개가 결정된 문서는 지난 2014년 4월 한·일 국장급 협의 개시 이후 2015년 12월28일 한·일 외교장관 공동 발표문의 문안을 도출하기 위해 진행한 협의 협상에서 일본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 연행’ 인정 문제를 협의한 내용을 담은 외교부 문서다.
재판부는 “한·일 국장급 협의는 일본군위안부의 강제연행의 주체 및 존부, 1965년 한·일 협정에 따른 책임 범위, 성노예라는 명칭의 적절성 등에 대한 일본 측의 발언이 기재되어 있어 일본과의 외교적 신뢰관계에 다소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하지만 외교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비공개로 인해 보호되는 국가의 이익이 ‘국민의 알권리 보장,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라는 정보공개로 국민이 누릴 수 있는 이익보다 크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피해자 개인들로서는 결코 지워지지 않을 인간의 존엄성 침해, 신체 자유의 박탈이라는 문제였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국민의 일원인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하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데에 대한 채무의식 내지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문제로 그 사안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며 “12·28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합의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되는 것이라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은 일본 정부가 어떠한 이유로 사죄 및 지원을 하는지 및 그 합의 과정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정부가 관련 내용을 비공개하고 있는 반면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합의 발표 이후 공개 석상에서 “일본군위안부를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강제연행’을 부인하는 취지로 발언한 점을 주목하면서 “일본은 강제연행과 관련된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하면서 이를 스스로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일본이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한일 외교 당국 간의 과거 협의 내용을 날짜별로 내용을 상세히 적시해 외교 관행 및 국제예양을 저버린 전력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정보의 비공개로 보호되는 국가의 이익은 국민의 알권리보다 크지 않다고 봤다.
반면 법원은 민변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이의 전화 회담 내용을 공개하라”며 낸 소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김용철 부장판사)는 “한일 정상 회담 내용을 공개할 경우 외교적,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될 우려가 크고, 향후 이뤄질 다른 나라와의 정상 회담에서도 우리 정부의 신뢰성에 커다란 흠결을 가져와 외교 교섭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비공개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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