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오 마이 금비’(극본 전호성, 연출 김영조, 제작 오마이금비문전사, 로고스필름) 15회분에서는 본격적인 ‘니만 피크병’의 진행에 걸음걸이가 힘들어지고 말투도 어눌해진 유금비(허정은)가 기억마저 후퇴, 단 1회 남은 결말에 애틋한 바람을 더했다. 부디 금비가 행복하기만 해달라고 말이다.
뇌 유전자 치료법이 성공할 때까지 버티기 위해 높은 부작용 확률을 감수, 직접 척수 주사를 맞겠다고 결정한 금비. 덕분에 몸에 불필요하게 쌓여가는 지질 수치는 떨어졌지만, 부작용으로 거론됐던 청력 이상이 나타났다. 이명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된 것.
약해진 청력에 보청기를 끼게 됐지만, 금비는 “주사 계속 맞을래”라며 누구보다 강한 투병 의지를 보여줬다. 아빠 모휘철(오지호)이 고강희(박진희)와 결혼을 하고, 다시 한 번 겨울이 찾아오는 긴 시간을 버티며 홀로 보행 보조기로 걸음 연습을 했고, 젓가락질이 힘들어져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력해도 나아지기는커녕, 금비의 병세는 점점 심각해졌다. 병이 진행되면서 성질이 거칠어지는 바람에 힘든 재활 치료에 짜증을 냈고,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포크를 바닥에 던지며 화풀이를 했다. 그토록 좋아하던 강희에게 “싫다는데 왜 난리야. 친엄마도 아닌 주제에”라며 상처를 주기도 했다.
물론 마음이 조금 진정되고 나면 예전의 금비와 다름없었다. 강희의 얼굴에 상처를 낸 것이 미안해 약통을 들고 거실을 배회했고, 상상으로나마 휘철에게 “이럴 줄 알았으면, 아빠 찾아오지 않는 건데”라며 마음 아픈 사과를 건네기도 했다. 다만,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않을 뿐이었다.
결국, 아빠와 엄마라고 부르던 휘철과 강희에게 아저씨,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빠르게 기억이 소실되기 시작한 금비. 설마 상상 속에서 저승사자를 연상케 하는 인물의 손을 잡고 “나 아빠하고 오래오래 같이 살고 싶은데, 좀 힘들 거 같아”라는 말은 복선인 걸까. 오는 11일 밤 10시 KBS 2TV 최종회 방송.
/문경민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