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의 실상은 더 심각하다. 전년 말 기준 우리의 조선소 수주잔량이 1,989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에 불과해 2,006만CGT인 일본에 17년 만에 역전당했다. 중국의 물량공세에 밀리더니 급기야 일본에까지 추월당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공급 과잉에 대한 한일 간 대응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와 업계는 경고음이 울리는데도 구조조정을 미적거린 반면 일본은 업체 간 합병과 제휴 등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8일 폐막한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7’에서도 한국 제조업은 존재감을 잃은 분위기였다. 국내 기업의 전시품목 가운데 혁신제품을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미투 상품(경쟁사 제품을 모방한 것)이 이전보다 되레 많아졌다는 혹평이 나올 정도다. 이에 비해 중국과 일본은 가전과 배터리·전장·인공지능(AI) 등 전 영역에서 미래형 제품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특히 소니·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은 혁신제품으로 완벽한 부활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우리 기업들은 주로 당장 판매할 제품에 매달리는 모습인데 일본은 미래 기술의 명확한 방향성에 따라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머지않아 삼성·LG전자가 소니에 다시 밀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태로는 제조업은 물론 4차산업에서도 한국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혁신을 위한 투자가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앞장서 기업의 기를 살려줘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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