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고별연설을 끝으로 사실상 8년의 백악관 생활을 정리하는 가운데 미국 정계에서는 백악관을 떠난 그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56세로 은퇴를 꿈꾸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이기 때문이다.
일단 퇴임 직후 그는 일정 기간 휴식과 저술활동에 몰두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26일 백악관 선임고문 출신인 데이비드 액설로드가 진행한 팟캐스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잠시나마 미국 대통령으로서 짊어졌던 무한책임을 내려놓는 데 초점을 맞출 것임을 시사했다. 이 방송에서 액설로드 전 고문이 “(차기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맞설 창끝이 돼주기를 바라는 기대가 있다”고 운을 떼자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 다음날인) 1월21일에는 자고 싶다”며 “미셸과 정말 멋진 휴가를 떠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또 “내가 쓰고 싶은 첫 번째 책에 대해 생각할 것”이라고 말해 미국 정계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간 자신의 경험담을 집필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장기적으로는 후학 양성이나 민주당 차기 리더 발굴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젠 사키 전 국무부 대변인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차세대 지도자가 될 인사를 발굴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공영 라디오 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재건이라는 부분에서 내 역할이 뭔지 살펴보고 있다”며 “기후변화와 건강보험, 형사사법 개혁 등의 사안에 관심 있는 젊은 인재들이 충분한 활동자원과 언론의 관심, 그리고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처럼 민간외교관으로서 국익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찾아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트럼프 정부가 오바마 대통령의 공적 역할을 원치 않을 가능성이 높아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아울러 지난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호소력 높은 지지연설로 일약 정치 스타로 부상한 미셸 여사가 대통령에 출마할 것이라는 설도 나온다. 오바마 여사는 “절대 공직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지만 정가에서는 기대 섞인 관측이 꾸준히 흘러나온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들은 퇴임 후 워싱턴DC를 떠났던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둘째 딸 샤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오는 2019년까지는 백악관 인근에 머물 계획이어서 트럼프 차기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시카고선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워싱턴DC 웨스트엔드 지역의 세계야생동물기금(WWF) 빌딩 안에 개인 사무실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 사무실은 퇴임 후 거주지인 칼로라마하이츠에서 차량으로 6∼7분, 백악관에서는 약 10분 거리에 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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