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 출당 요구에 대해 “사람으로서 도리도 예의도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인 비대위원장은 11일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반성·다짐·화합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지금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대통령직을 잃을지 모르는 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동물로 말하면 도망가는 건데 여기에 또 총질하는 게 사람의 도리, 예의인가 굉장히 고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대위원장 취임 전 당 윤리위원회가 박 대통령 출당 여부를 고민한 데 대해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기 전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당규를 보면 파렴치범으로 기소된 경우는 당원권이 정지되지만 박 대통령이 탄핵 된 건 정치적으로 기소된 거지 파렴치범은 아니니 당규를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대토론회에는 박 대통령의 출당 필요성이 또다시 제기됐다. 한 당 사무처 직원은 “최순실 게이트의 근원은 박 대통령이므로 반드시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당 최고지도자인 박 대통령이 책임지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에 조경태 의원은 “이 분의 말이 맞다. 가장 크게 책임질 분이 누구냐”라며 힘을 보탰다.
서청원 의원의 탈당 압박 논란에 대한 공방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이어졌다. 인 위원장은 “대통령을 이렇게 만들고 책임이 없다고 하는 건 염치가 없는 행동”이라며 “어떻게 (서 의원이) 죄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느냐. 본인 처신의 문제이며 당을 위해 명예도 버려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내가 손들고 당에 왔느냐, 예의를 갖춰야 한다”면서 “(의사가) 수술실에 들어왔는데 환자가 별 이야기를 다 한다. 그럼 자기가 일어나서 치료하지”라며 당내 반대 세력에 대한 불쾌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인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서 의원과 화해하라’는 한 당협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내가 여기 싸우러 왔느냐. 나보고 얼버무리라는 거냐”면서 “당을 망친 기득권과 계파주의와 싸우러 왔는데 당에서 나한테 누구랑 싸우러 왔다고 할 수 있느냐”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인 위원장을 향해 “왜 의원들에게 서로 총질을 하게 하느냐”며 “두 분(서청원·최경환 의원) 볼 때마다 가슴 아파 죽겠는데 왜 이러느냐. 나가겠다고 말 한 분인데 꽃가마를 태워 보내드리지 못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친박계 인사인 유기준 의원도 인 위원장에 대해 “탈당 이후 당을 정비하는 쪽에만 가 있지 새로운 일을 하는 데 도저히 엄두를 내지 않고 있다”며 “목사님으로 오래 계신 분이 정치 생리를 알고 당을 재건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다”고 꼬집었다.
한편 허용범 서울 동대문갑 당협위원장은 “2007년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일하면서 최순실과 정윤회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그 분들이 국정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행동하지 못한 자신이 비겁했다”며 고해성사를 하기도 했다.
/고양=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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