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 각료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인준 청문회가 10일(현지시간)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를 필두로 시작됐다. 인종주의 논란 속에 과거 연방판사 인준이 좌절된 바 있는 세션스 내정자는 상원의원 출신답게 분명한 정치적 소신을 보이며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공직경험 없이 민간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국무·재무장관 내정자는 민주당의 혹독한 검증 공세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션스 내정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대통령이 도를 넘으면 과감히 ‘노(No)’라고 말하겠다”고 다짐해 의원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았다. 그는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e메일 스캔들 재수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러한 지시는 따르지 않겠다”고 일축하며 “미국은 정적을 처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세션스 내정자는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된 이슈들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는 트럼프가 지지한 물고문에 대해 “명백한 불법”이라며 “법망을 피해 물고문을 부활시킬 묘수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트럼프가 인정을 망설였던 러시아의 대선개입 해킹 의혹에 대해서도 “외국 세력에 정부가 뚫렸다”고 인정하며 “응분의 대가를 받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서도 “나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큐클럭스클랜(KKK)과 그들의 주장, 증오 이데올로기를 혐오한다. 그런 종류의 적대감과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결백을 호소하며 의원들에게 바짝 몸을 낮췄다.
한편 미 언론들은 세션스 내정자의 첫날 청문회가 무난했다는 평가를 내놓은 한편 11~12일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리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 청문회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 청문회도 12일 열리지만 군은 물론 민주당 등 정치권이 그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편이다. 반면 석유 메이저인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틸러슨 내정자는 외교 경험이 전무하고 러시아의 대선개입설 속에 친러 성향이 확연해 청문회에서 민주당의 집중포화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 역시 월가에서 기업 인수합병(M&A) 등으로 명성을 날렸지만 돈벌이에만 몰두했다는 비판 속에 만만치 않은 검증 공세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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