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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헌법 20조2항, 종교와 정치 사이

임석훈 논설위원

새누리당 '교회 논란' 점입가경

종교의 과도한 현실 참여 문제지만

원죄는 제 역할 잊은 정치에 있어





#. 지난달 26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인 인명진 목사가 설립한 ‘일하는 예수회’가 성명을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창립자인 인 목사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예수회는 성명에서 “인명진·서경석 목사는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당원 활동을 하려면 당장 목사직을 내려놓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권력과 명예욕에 사로잡혀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받드는 대신 우상숭배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 목사는 갈릴리교회의 원로목회자이고 서 목사는 조선족 교회의 담임목사직을 맡고 있다. 서 목사는 12월 초 새누리당에 입당까지 했다.

#. 최근 새누리당에서 난데없는 교회 논란이 일었다. 인 비대위원장과 서청원 의원 간 신경전 때문이다. 인 목사가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후 서 의원을 비롯한 친박 핵심을 향해 당을 떠나라고 한 게 발단이었다. 서 의원이 “인 목사는 ‘악성종양의 성직자’이고 ‘거짓말쟁이 성직자’”라며 반발하자, 인 목사가 “새누리당이 정치하는 곳인 줄 알고 왔더니 실제로는 서청원 집사가 있는 교회였다”고 맞받아쳤다. 두 사람의 논쟁은 급기야 고소사태로 번진 상황이다. 서 의원이 지난 9일 인 비대위원장을 정당법상 탈당 강요죄 등으로 서울남부지원에 형사 고소한 것이다. 직무정지 가처분신청도 냈다.

우리 현대사에서 현실 정치에 참여한 성직자는 인명진·서경석 목사만이 아니다. 보수·진보가 따로 없고 종파가 따로 없다. 개신교와 천주교·불교의 주요 성직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현실 정치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일부는 직접 뛰어들기도 했다. 개신교 김진홍 목사의 경우 민중 신학을 주도하다가 2000년대 들어 뉴라이트 운동의 대표자로 변신했다. 2006년 재보선에서는 한 국회의원 후보의 거리 지원 유세에 직접 나선 바 있다. 조계종 전 총무원장 송월주 스님은 김대중 정부 시절 햇볕정책을 옹호하며 10차례나 방북하는 등 정치적 행보를 마다하지 않았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 역시 보수와 진보 정부를 가리지 않고 현실 정치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



이런 성직자들의 정치 참여는 항상 논란거리다. 성직자는 교회나 성당·산사에서 머물며 성도들을 위로하고 돌보는 데 힘써야지 밖의 일까지 신경 써서는 안 된다는 게 한편이다. 이들은 성직자, 특히 목사가 현실 정치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긴다.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목사들에 ‘정치 목사’라는 딱지를 붙이기도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 문제,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해 눈을 감는 것은 성직자의 직무유기라고 주장한다. 목사는 교회에서 기도만 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은 사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 문제 중 정치를 떠나 있는 게 하나라도 있는가, 왜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겠는가를 묻는다.

둘 중 누가 옳다 그르다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다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본질을 벗어나거나 욕심이 과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그간 한국 종교가 권력을 옹호하고 그 대가로 혜택을 누려온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떻게든 권력에 줄을 대 자신의 입신양명을 도모한 성직자가 상당수라는 것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정치 목사, 정치 성직자라는 비아냥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지금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목사·집사 논란이 그 단편이다. 정치를 개혁하겠다는 인 목사의 의도와는 달리 목회자와 정치에 대한 혐오감만 부추기고 있지 않나 싶다.

이렇게 된 원죄는 정치인에게 있다. 그들이 제 역할을 했으면 종교인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성직자들이 정치판을 기웃거리지 않고 교회에서 목회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때가 언제쯤 올 수 있을까.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정치와 종교는 분리된다’고 규정한 헌법 20조2항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는 요즘이다. /sh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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