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눈물 대신 희망과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 두 배우가 12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별관에서 KBS 2TV 수목드라마 ‘오 마이 금비’종영 기념 인터뷰를 가졌다.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도 아니다. 눈물 쏙 빼는 신파극도 아니다. 결핍과 상처 때문에 마음만큼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어른들을 위한 선물이다. 결핍된 아이와 결핍된 어른들이 만나 서로를 채워가자 마음 속 외로웠던 아이가 기지개를 펴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금비 덕분에 웃음을 찾고, 희망을 꿈꾸게 된 어른 시청자들은 ‘금비의 힐링 매직’이라고 표현한다.
‘오 마이 금비’는 병에 걸려 기억을 잃어간다는 보편적인 설정에 열 살 아이가 노년의 증세를 맞이한다는 독특함을 더한 작품. 여기에 올 한해 ‘동네변호사 조들호’, ‘구르미 그린 달빛’에 출연, 극의 히든 키로 맹활약하며 연기 잘하는 대세 아역배우로 자리매김한 허정은이 타이틀롤 금비 역으로 분했다.
병 때문에 기억을 잃어가는 소재에서 한 발 나아가 ‘노년의 증상을 만난 유년 이야기’로 차별점을 둔 ‘오 마이 금비’. 말하는 것만 보면 다 커버린 것 같은 금비가 사라지는 기억 속에서도 아빠 휘철을 만나 순수한 미소를 짓게 되는 여정은 세상에 물들며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세상에 물들기 전 사라지는 삶이 주는 충격을 던지며 지금껏 본적 없는 새로운 웃음과 감동을 선물 했다.
오지호는 ‘오 마이 금비’가 남길 의미에 대해 “희망과 기적의 드라마이다”고 말했다.
“항상 한 작품을 끝마치면 섭섭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는데, ‘오 마이 금비’는 특히 더 그런 것 같다”고 종방 소감을 전한 오지호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 이렇게 큰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며 특별한 의미를 전했다.
누군가는 배우 오지호의 인생드라마로 평하기도 할 정도. 오지호는 “저희 작품으로 인해 희망을 갖게 된다는 메시지를 받은 걸 잊을 수 없다” 며 “작품을 계속 촬영하면서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한 번 전하고 싶었다. ”고 깊은 감사를 전했다. 허정은이 본 ‘오 마이 금비’는 “따뜻한 가족 드라마이다.”
KBS 2TV 수목드라마 ‘오 마이 금비’는 죽음이 결코 무섭고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라, 인생에서 일어난 행복했던 순간들을 되짚으며 웰다잉(well-dying)의 메시지를 전하며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누구나 찾아오는 죽음을 회피하기보단 직면했고, “무서울 줄 알았는데 무섭기만 한 게 아니더라”며 되레 아빠 휘철을 위로한 금비 내일이 오지 않을 언젠가를 위해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한 ‘금비 소녀’의 덤덤한 죽음 마주 보기에 또 한 번 어른들의 눈물샘이 폭발했다. ‘연기천재’란 평가도 이어졌다.
이 장면에 대해 묻자, 허정은은 “관속에 들어갈 때에 ‘금비는 저런 일이 있었구나’ 라고 자꾸 생각 하다보니 저절로 눈물이 나왔어요”라고 답했다. 그 어떤 계산이나 계획된 연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더 감동은 컸다.
오지호는 “정확하게 뭔가를 인지하고 보여준다면 10살이 아니다.” 며 “대중에게 슬픔과 기쁨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미리 알고서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정은이의 모습을 보며 공감하지 않았나. 이 친구가 가진 게 큰 배우이다”며 특별한 능력을 칭찬했다.
허정은의 연기력을 칭찬하자,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짓던 그는 ‘연기를 칭찬하는 기사를 보지 않았냐’는 질문에 “기사들이 너무 길어 끝까지 못 읽었다”는 솔직한 답변을 들려줬다. 종방 인터뷰 현장은 금비의 힐링매직으로 그렇게 훈훈하게 물들어갔다.
이날 현장에선 2016 KBS 연기 대상에서 송중기 앓이를 공개한 허정은의 송중기 사랑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남매 호흡을 맞춘 오빠 박보검과 ‘오 마이 금비’에서 애틋한 부녀 케미로 베스트 커플 상을 받은 아빠 오지호보다 송중기가 좋다고 언급하더니, 급기야 2017년 새해 소망으로 “송중기 오빠와 드라마를 찍고 싶다”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던 것.
시상식 뒷 이야기를 전한 허정은은 “송중기 오빠의 실물을 보니 너무 좋아지더라”며 “앞으로 송중기와 오빠, 동생으로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16부작을 이끌어온 작은 거인 10살 허정은은 “‘구르미’땐 말을 못해 힘들었는데, 이번엔 너무 표현해야 할 게 많고, 대사가 많아 힘들었다”고 말하더니, 곧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진지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더니 “다음에는 맛있는 거 먹고 노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차기 계획(?)을 들려줬다. 솔직해서 더 귀담아듣게 되는 이야기는 계속됐다. “친구들이 나는 회사가 있으니 공부 안해도 된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 취재진을 다시 한번 웃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한편 11일 종영한 ‘오 마이 금비’(극본 전호성/연출 김영조) 는 아동치매에 걸린 10살 딸 금비를 돌보며 인간 루저에서 진짜 아빠가 되가는 남자 휘철이 함께 만들어간 아름다운 힐링부녀드라마. 오지호는 ‘오 마이 금비’에서 철부지 아빠 모휘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허정은은 ‘니만-피크병’에 걸린 채 어른의 보살핌 없이 스스로 커버린 열 살 금비 역을 맡았다.
‘오 마이 금비’ 후속작으로 오늘(12일) 밤 10시 4부작 드라마 ‘맨몸의 소방관’이 방송 될 예정이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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