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적자구조의 근본 원인은 뻥튀기 수요예측이다. 의정부경전철의 손익분기점은 하루평균 승객 12만명 선이다. 2012년 첫해 하루평균 7만여명을 시작으로 매년 1만여명씩 늘어나면서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근거로 민간자본 52%와 국비·도비·시비 등 48%를 합쳐 모두 6,767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 환승할인에 힘입어 승객 수가 3만5,000여명까지 늘어났지만 12만명에는 턱도 없는 수준이다.
의정부경전철의 파산신청은 터무니없는 장밋빛 수요예측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잘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뻥튀기 전망으로 막대한 혈세가 낭비되는 사례가 한두 곳이 아니라는 데 있다. 도로·항만·철도사업 등 사회간접시설에 엉터리 수요예측은 빠짐없이 등장한다. 최근 10년 동안 신규 건설된 고속도로 15개 노선 중 수요예측에 성공한 노선은 1개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을 정도다.
정부는 12일 2020년까지 총연장 288.7㎞인 13개 신규 고속도로 건설 등을 골자로 한 ‘고속도로 건설 5개년계획’을 발표했다. 소요예산이 무려 28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통해 85조5,000억원의 경제파급 효과와 29만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대로 된 수요예측을 근거로 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세금이 허투루 쓰이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