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서 우주개발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진 나라는 브라질이다. 이미 1970년대부터 군사 정권을 중심으로 로켓개발을 추진했다. 1993년에는 미국이 만든 로켓으로 위성을 발사하고 이후 독자 로켓 개발을 야심차게 추진했다. 여러 차례 실패와 도전을 거듭하던 브라질에서 2003년 발사를 3일 앞두고 로켓이 폭발해 21명의 기술진이 현장에서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브라질은 자국 최고의 로켓 기술자들을 잃게 됐고 우주 개발 계획은 제동이 걸렸다. 브라질은 아직 독자 발사체를 확보하지 못했다.
발사체 개발 과정에서 사고는 다반사다. 숙성된 로켓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러시아나 미국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의 대표적 발사체인 프로톤은 2013년부터 3년 동안 해마다 사고를 겪었다. 세계 상용 발사체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미국의 민간 업체 스페이스X 역시 지난해 발사 준비 과정에서 로켓이 폭발해 수개월 동안 원인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발사체 사고가 빈번한 이유는 그 자체의 복잡한 속성 때문이다. 십 만개가 넘는 부품 중 단 하나라도 고장 나거나 소프트웨어에 사소한 오류라도 발생하면 실패한다. 1986년 승무원 7명을 태운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폭발한 원인은 하나의 작은 고무패킹 문제 때문이었다.
그래서 발사체 개발은 시험을 반복하며 자료를 축적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시험에 한번 성공했다고 해서 결코 성공이 아닌 것이 발사체 개발이다. 더구나 발사체는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다른 나라가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한국형발사체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바로 기술의 자립이다. 기술 자립 없이는 한 발짝도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는 한국형발사체 개발 과정에서 엔진의 연소불안정 현상과 추진제 탱크 제작 불량과 같은 문제를 겪었다. 연구진들은 수개월에 걸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핵심 기술이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는 외국 사례는 철저히 봉쇄되어 있었다. 개선과 시험을 반복했고, 그래도 안 되면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문제를 해결하고 그 분야의 독자적인 기술 축적을 이뤄냈다. 온전한 우리 기술이 된 것이다.
최근 국가우주위원회에서 한국형발사체 개발의 중간 과정인 시험발사체 발사 일정을 10개월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하루라도 빨리 우리가 개발한 발사체를 우주로 발사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발사 일정이 조정된 만큼 공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더욱 기술적으로 성숙된 발사체를 개발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의 자립이고 숙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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