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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랠리 꺾이나...세부 정책 없는 공약들에 실망감 쌓여

달러화·주식 주춤하고 금·국채값 상승

20일 취임식이 '티핑 포인트'될 듯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트럼프 발(發)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 온 금융시장에서 환호성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줄곧 이어졌던 달러화 강세·국채금리 상승·주가 상승 추세가 주춤해진 반면,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장중 온스당 1,200달러를 돌파하며 지난해 11월 이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한 인프라 투자 확대와 감세, 규제 완화 등 시장이 좋아할 만한 정책 방향을 일찌감치 제시하며 시장을 환심을 산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을 눈앞에 둔 지금까지 조금도 경기부양 방안을 구체화시키지 못하자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동력이 약해진 ‘트럼프 랠리’가 오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기점으로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달러화를 팔고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와 금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미 대선 이후 글로벌 시장을 지배해 온 ’트럼플레이션 랠리’가 벽에 부딪쳤다고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주요 10개국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블룸버그 달러화지수는 이날 1,260을 밑도는 수준에서 마감돼 지난달 9일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엔·달러환율은 장중 달러당 113.75엔까지 하락(달러 약세)하는 등 5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으며, 유로화 대비 가치는 6주 만에 최저에 머물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주요 3대 지수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반면 금 가격은 지난달 하순 이후 완연한 회복세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가격은 이날 장중 1,2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올해 들어서만 약 4%의 상승 폭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 국채 가격도 상승 흐름을 보이기 시작해,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지난달 중순 2.6%대에서 2.3%대로 내려앉았다.

‘트럼프 랠리’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것은 ‘트럼프노믹스’의 불확실성이다. 달러화와 국채 금리를 끌어 올리는 요인이 됐던 감세와 재정지출 등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공약들이 좀처럼 구체화되지 못하자 시장에서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쌓이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캐피털 이노베이션스의 마이클 언더힐 수석투자책임자(CIO)는 “이제 (투자자들은) 그가 했던 발언들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마크 카바나 금리 전략가도 “세제 개혁이나 재정 부양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정책 이행 속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의구심은 특히 지난 11일 열린 트럼프 당선인의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증폭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승리 후 가진 첫 기자회견인 만큼 경제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있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좌절된 탓이다. FT는 “지난 수 주 동안 시장이 (트럼프 랠리에 대한) 피로감을 보이기 시작한 가운데, 기자회견장에서의 언론과의 실랑이는 통화와 주식, 금, 채권 등의 시장 전반에 걸쳐 강한 반응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 트럼프 랠리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취임식이 대선 이후 이어져 온 트럼프 랠리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FT도 새 대통령 취임이 구체적인 정책을 기다리는 투자자들에게 ‘티핑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찰스 슈왑의 랜디 프레드릭 부사장은 “취임 후에도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시장은 불확실성의 조짐을 나타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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