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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용 특검수사, 정치권이 왈가왈부할 일 아니다

특검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특검은 애초 15일까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를 결정하기로 했다가 적용범죄나 신병처리 등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또다시 하루 연기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야권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며 특검을 압박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삼성이 뇌물을 제공했고 국정농단 세력은 부정한 특권을 대가로 줬다”면서 즉각 구속을 주장했고 정의당도 구속영장을 신청해 법 앞의 평등을 증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치 야당이 구체적 증거를 확보한 것처럼 범죄사실을 단정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특검의 결정에 노골적으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려 든다는 의혹을 살 만한 일이다. 그러잖아도 삼성 수사에 대한 정치권의 무분별한 개입은 도를 넘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정책경쟁을 앞세워 구속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며 대놓고 경쟁후보를 압박하는 판국이다. 대선 주자들이 삼성의 사법 처리 문제를 선명성 경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는 분위기마저 느껴질 정도다.

정치권의 이런 행태는 무엇보다 광장민심에 편승한 측면이 크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연일 이 부회장의 구속수사를 요구하면서 롯데와 SK 빌딩까지 몰려가 재벌 총수를 수사하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물론 이 부회장뿐만 아니라 어느 기업인이든 죄가 있다면 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제멋대로 범법 여부를 예단하고 여론몰이를 통해 특정인을 구속하라며 지침까지 제시하는 것은 정치권력의 또 다른 갑질이자 농단에 다름 아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도 권력의 횡포 탓인데 오직 증거만 좇아야 할 법리 영역에마저 또다시 정치를 끌어들인다면 기업들을 두 번 죽이는 우를 범하게 된다.



특검은 그동안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정치권은 특검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기업을 정치적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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