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제의 젖줄 역할을 해 왔던 부산항의 각종 지표가 부산항만공사 출범 이후 13년 동안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항은 2004년 항만에서 공기업관리체제를 도입한 이후 줄곧 부산항만공사에서 경영을 해 왔다. 16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부산항만공사는 2004년 임직원 106명, 자산 3조4,556억원, 예산 1,434억원으로 출발, 2016년에는 임직원 185명(75%), 자산 5조 7,409억원(66%), 예산 6,702억원(4.7배)으로 크게 성장했다. 컨테이너물동량은 2016년 1,946만TEU(추정치)를 기록해 2003년 1,041만TEU보다 905만TEU(87%)가 늘었다. 부산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20피트, 6m) 1,946만TEU를 일렬로 세웠을 때 전체 길이는 지구 둘레(4만120km)의 2.9배인 11만6,760km에 달한다.
다른 나라 화물이 부산항을 이용해 최종 목적지로 가는 환적화물은 2003년 425만TEU에서 2016년 986만TEU로 561만TEU가 늘어났다. 2016년 부산항 전체 물동량 중 환적화물 비중은 수출입화물 960만TEU를 웃도는 51%를 차지해 부산항은 동북아 1위 환적 중심 항만이자 부산항 개항 최초로 세계 2위 환적항만(Drewry 발표 기준)으로 성장했다.
부산항에서 환적화물을 처리해 벌어들인 부가가치는 2003년 5,015억원에서 2016년 1조1,635억원으로 늘어 2.32배나 증가했다. 이것은 부산항이 2003년에 비해 매년 약 2배 정도의 환적화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고부가가치 항만으로 성장한 것을 의미한다. 20피트 컨테이너 1개 환적 화물을 처리하면 약 11만8,000원정도의 부가가치가 발생한다.
선박을 대 컨테이너를 하역하는 컨테이너 선석 수는 2003년 18개에서 2016년 41개로 늘어나 2.3배 증가했다. 총 선석 길이도 5.7km에서 12.5km로 2.2배 늘어났다. 이것은 부산항이 선박 대형화 추세에 발맞춰 적기에 충분한 항만시설확충으로 항만서비스 경쟁력을 갖춘 것을 나타낸다.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에 근무하는 인원은 2003년 1,751명에서 2016년 4,778명으로 3,027명 늘어나 2003년에 비해 2.7배에 달하는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부산항에 입항하는 선박 수는 2003년 1만3,203척에서 2016년에는 1만5,368척으로 2,165(16.4%)척 늘어났다. 이 중에 3만 톤급 이상 선박은 2003년 2,799척에서 2016년 4,873척으로 2,074척 늘어 74%나 증가했다.
BPA 관계자는 “지난 13년 동안 부산항 항만시설을 적기에 확충하고 동북아 환적거점항만으로 육성하기 위한 해양수산부의 항만정책과 글로벌 물류네트워크, 신규화물집화능력을 강화해 온 부산항만공사의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와 성과는 컨테이너 중심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발전한 것과 항만 관련 산업 육성 및 항만기능이 친수공간으로 전환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두드러진 것이 크루즈산업과 일자리 창출”이라 말했다.
실제 1990년대 초부터 항만은 화물을 싣고 내리는 단순 하역기능에서 나아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종합 항만기능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항, 로테르담항 등이 발 빠르게 컨테이너터미널 부근에 항만 배후단지를 개발하고 경제자유지역으로 지정해 항만을 종합물류 중심기지로 육성하는 개발 전략을 시도했다. 부산항은 BPA가 출범한 2004년에 배후 물류단지가 없었으나 2016년에는 419만㎡(127만평)에 62개 업체(근로자 수 3,060명)가 131만TEU의 물동량을 처리해 3,11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당초 조성 목적인 부산항 부가가치 및 고용 창출에 기여했다. 다만 신항 배후물류단지는 대부분 단순창고기능을 하고 있어 앞으로 다양한 부가가치활동공간으로 변화를 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부산항의 크루즈 산업도 괄목할 만하게 성장했다. 2003년 18회 입항에 6,400여명의 관광객이 들어온 반면 2016년에는 210회 입항에 57만3,000명의 관광객이 부산을 찾았다. 특히 지난 2015년 9월 아시아 최대 크루즈선인 16만톤급 퀀텀호가 부산항에 처음 입항한 뒤 자매선인 오베이션호를 포함해 총 52회나 입항해 부산항은 명실공히 크루즈 거점항으로서의 위용을 과시했다. 올해에는 부산항대교 통과높이 상향 조정으로 국제여객터미널 이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총 235회 입항에 59만명의 관광객이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그동안 BPA가 추진해 온 크루즈 마케팅의 성과이자 향후 부산항이 크루즈 모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부산항 선용품 산업도 새로운 발전의 장(章)을 연 한해로 평가할 수 있다. 먼저 지난해 10월 부산벡스코에서 선용품업계의 세계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제1회 국제선용품 박람회를 열어 우리 선용품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또 11월초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선용품산업협회(ISSA) 제61차 정기총회에서 43개 정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정회원 가입이 승인, 올해부터 44번째 정회원의 지위를 가지게 됐다. 이는 그동안 ISSA에 가입하지 못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세계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정회원 가입으로 인해 우리 선용품업체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항만의 하역기능 이외에 배후 물류단지와 크루즈 산업 등이 동반 성장하는 것을 보면 부산항은 항만과 더불어 항만 관련 산업이 동반성장하고 있는 부가가치 창출형 종합물류항만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최초 항만재개발사업이자 한국형 뉴딜 국책사업인 북항재개발사업(2008년~2019년)에 총 8조5,000억원을 투입해 153만㎡(46만평)에 상업업무지구, 복합해양지구, IT·미디어지구, 친수공원 등을 개발해 부산 원도심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31조5,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12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예상된다.
우예종 BPA 사장은 “북항과 신항의 기능이 재정립되는 2020년께는 동북아시아의 싱가포르 항만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며 “부산항이 컨테이너 화물 위주에서 벗어나 종합물류항만으로 도약하기 위해 다양한 항만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2016년은 부산항만공사가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준 한해이기도 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BPA는 법정관리가 결정된 지난해 8월31일부터 부산항 운영 정상화를 위해 비상대책반을 구성, 24시간 비상점검검체제를 가동했다.
부산항에서 연계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진해운의 동맹선사들이 투입하고 있는 대체선박을 지원, 부산항의 환적네트워크가 약화되거나 환적물량이 이탈 방지를 위해 동 선박의 항만시설사용료를 일시 감면하고 한진해운 사태 관련 12개국 23개 항만에 협조 요청 서한을 보내는 등 발 빠른 대응을 했다.
부산항만공사는 세계 제2대 환적중심항으로 성장한 자신감을 가지고 올해 컨테이너 2,000만개, 크루즈 관광객 60만명 시대를 연다는 야심 찬 목표를 최근 발표했다.
아시아-북미항로의 중심에 위치한 부산항은 북중국(텐진)에서 미주(롱비치)로 컨테이너를 운송할 경우 부산항을 이용하면 시간을 약 1.5일, 운항비용을 9% 정도 절감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과 첨단항만시설 등을 고려해 볼 때 이러한 목표의 달성도 기대해 볼 수 있다.
BPA 관계자는 “부산항의 관리주체인데도 불구하고 정책조정기능이 없어 경쟁력 약화와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신항 터미널 지분 인수, 정부 협의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부산항을 벗어나 세계 각국의 항만과 물류센터 운영에 진출해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글로벌터미널운영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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