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국가 경제를 생각했지만 사회정의를 세우는 일이 우선이라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속수사만이 정의를 세우는 것이라는 논리는 이해하기 힘들다. 사회정의가 아니라 특검의 입지 확보 때문은 아니었을까라는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특검은 증거인멸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으나 그동안 대기업 총수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했던 관행에 비춰볼 때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한 뒤 법정에서 엄정하게 유무죄를 가리는 것이 합당하다는 재계의 호소문이 발표된 것도 그래서다.
인신 구속을 위해서는 혐의에 대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증거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혹여 대중의 반기업 정서에 업힌 채 법리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섣부르게 구속의 칼을 꺼낸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특검이 내놓은 주장은 사건의 구도와 정황으로 볼 때 충분히 입증된 것이라는 정도 아닌가.
이제 판단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누구든 죄를 지었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받아야 마땅하지만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삼성의 경영 공백이 빚어지는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지금은 이건희 회장마저 3년째 와병 중인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구속수사를 받게 되면 한국 경제의 국제신인도도 추락할 것이라는 재계의 우려는 그만큼 삼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의미다. 삼성의 경영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법원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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