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미 관계부처 합동으로 시행령 개정을 위한 실무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요지부동이던 국민권익위원회도 이달 초 업무보고에서 “3만원(식사)·5만원(선물)·10만원(경조사)의 가액 한도는 절대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라며 가액 상향과 유권해석 완화로 방향을 선회했다. 법 취지에 대한 대중적 지지도야 높다지만 법 시행 후 드러난 소비위축, 서민 가계 피해 등의 문제점을 마냥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남은 것은 개정 시기와 방향이다. 설 명절을 앞둔 시기인데다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축산 농가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면 시행령 개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물론 개정작업에는 입법예고, 법제·규제심사 등의 절차상 문제가 남아 있어 설 명절 이전에 완료하기 어려운 점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래도 2월 안에는 개정작업이 완료돼야 한다. 그래야 내수위축을 조금이라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에서 최우선 고려 사항은 ‘현실 적합성’이다. 지난해 말 이후 시행령이 제시한 3·5·10만원의 가액 기준이 무너지고 있음은 이미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부정부패 없는 청렴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동시에 법이 사문화(死文化)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가액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 기회에 위헌성과 모호성 논란을 낳고 있는 법 적용 대상에도 손을 대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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