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고강도 수사를 마친 후 각각 18일 오전 1시 30분·6시 귀가했다.
먼저 귀가한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를 인정하느냐’, ‘최순실과의 관계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대기 중인 승용차에 황급히 올라타 빠져나갔다.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 혐의를 인정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조사에 임했고 특검에서 여러가지를 다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다만 ‘장관으로서 책임감이 느껴지지 않나’, ‘혐의를 인정했나’ 등 취재진의 추가적인 질문에는 묵묵부답하며 차에 올랐다.
김 전 실장은 사실상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의 총책임자라고 지목 받고 있다. 그는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여론이 커지자 블랙리스트를 이용해 정부 비판적 성향을 가진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솎아내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상황이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블랙리스트에 관한 보고를 받은 정황을 포함해 그가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에 깊이 개입했다는 다수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특검 조사에서 이러한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은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있으면서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전달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블랙리스트가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작성됐다는 분석이 유력한 만큼 조 장관이 이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또한 특검은 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를 통해 2014년 10월 2일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 자리에서 김 전 실장이 ‘문화예술계 좌파의 각종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했고 이 회의에 조 장관도 동석했다는 것을 확인하는 등 조 장관의 블랙리스트 개입 정황을 다수 포착했다.
앞서 조 장관은 애초에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하며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지만 국조특위에 위증 혐의로 고발된 이후인 지난 9일 열린 청문회에서는 “예술인들의 지원을 배제하는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며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시인한 바 있다.
현재 특검팀은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조사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홍주환인턴기자 theh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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