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커는 804만명이나 한국을 찾았다. 올해도 그 이상을 예상하고 있으니 이는 결코 작은 숫자는 아니다. 4년 전인 2013년 432만명의 두 배 가깝게 불어났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금까지는 중국의 인구와 경제성장을 거론하면서 유커도 급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미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많다. 이는 국내와 중국 요인이 중첩된 결과다.
관광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총 숫자를 1,800만명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1,722만명)에 비해 불과 4.5% 늘어난 숫자다. 2016년에는 전년 대비 30.2%나 급증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놀라운 증가율이다. 그런데 올해는 아니다. 당장 춘제(우리의 설날) 연휴 기간 유커의 방한 전망이 밝지 않다. 관광 업계와 유통가의 걱정이 크다.
3년 전인 지난 2014년 1월에 나온 문체부 연간 업무계획을 찾아봤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1년이 지났을 때다. 당시 2014년 외국인 관광객 전망(목표)은 1,300만명, 2017년 장기전망은 1,600만명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소박했다. 실제 결과는 2014년 1,420만명이었고 1,600만명 목표도 1년 빠른 2016년에 넘어섰다.
이러한 성과는 마구잡이로 해외 여행을 떠난 유커들의 공이 컸다. 이들이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관광 시장을 키운 것이다. 전체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43%, 2016년에는 47%였다. 산업의 절반이 한 종목에 집중된 것이다. 거품도 생겼다. 국내의 관광 인프라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커 대상 저가패키지 상품 범람이 대표적이다.
유커의 해외 여행 증가세가 갑자기 주춤하다. 중국 국가여유국(관광부)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나간 유커는 1억2,200만명(홍콩·마카오 여행자 포함)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에 그쳤다. 2015년 증가율 9.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올해는 더 안 좋다. 국가여유국은 올해 입·출국자를 2억6,500만명으로 예상했다. 지난해의 입·출국자는 2억6,000만명. 즉 입국자인 방중 관광객 숫자를 빼면 해외 여행 유커의 예상 증가율이 사실상 ‘제로(0)’라는 의미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논란은 오히려 피상적일 수 있다. 관광의 시장구조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관광 시장이 그동안의 유커 일변도에서 벗어나 국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긴급성이 있다. 중국 외 동남아시아나 일본 시장에 대한 마케팅도 늘려야 한다. 관광 산업도 ‘뉴노멀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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