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17일(현지시간) 결국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로 협상 방침을 정한 데 대한 주요 외신들의 분석이다 . ‘이민자 통제’를 위해 ‘유럽연합(EU) 단일시장 접근’을 포기한 메이 총리의 선택은 영국 내에서도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국론이 분열될 조짐을 보이면서 험난한 일정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메이 총리가 ‘하드 브렉시트’ 계획을 밝히자 이날 런던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전일 대비 2.61% 급등한 1.2383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장중 최고치는 1.2398달러로 전일 대비 2.9% 올라 하루 상승폭 기준으로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스테퍼니 플랜더스 JP모건 전략가는 “메이 총리가 협상 12개 조건을 발표하면서 영국 정부를 둘러싼 의문들이 사라졌다”며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브렉시트의 방향이 잡히면서 영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뜻이다. 지난해 6월 브렉시트 결정 후 파운드화 가치는 약세를 거듭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운드화에 대해 “(정국 위기를 겪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보다도 못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영국이 단기적인 불확실성에서는 벗어난 듯 보이지만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이 개시될 오는 3월 이후에는 시장에 더 큰 먹구름이 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메이 총리는 연설에서 “이민자 수 통제를 위해 EU 단일시장에서 떠나겠다”고 했음에도 동시에 “새로운 포괄적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단일시장에 대한 최대한의 접근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EU 지도자들이 거부 의사를 밝혔던 ‘국경 통제’ 및 ‘단일시장 접근권’을 모두 챙기겠다는 뜻이다.
영국의 협상 파트너인 EU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마침내 영국이 좀 더 분명히 방향을 잡았다는 소식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체리피킹(cherry picking, 유리한 것만 취하는 행위)이 없다는 것도 뚜렷해졌다. 단일시장 접근권을 원하는 누구든 정치연합체에 속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이 EU를 설득해 양자 FTA를 체결하더라도 리스본조약이 규정하고 있는 협상 기간인 2년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영국에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는 EU와 캐나다 간 FTA인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은 최종 서명까지 7년이 소요됐다.
이 때문에 최종 합의안을 의결할 영국 의회 내에서는 ‘국경 통제와 단일시장 접근권 모두를 챙길 수 있는 것이냐’는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수는 메이 총리의 연설을 “떡을 가짐과 동시에 먹으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그는 “단일시장에 대한 무관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들었다는 점은 환영하지만 이를 달성할 접근법은 여전히 제멋대로”라며 “유럽이 이를 받아들일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노동당 등 EU 잔류파는 하드 브렉시트가 가져올 경제 타격에 대해 꾸준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해 유출된 영국 재무부 자료에서는 영국이 EU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을 떠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9.5%나 줄어들고 매년 660억파운드(약 95조원)의 재정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가 탐탁지 않은 최종 협상안을 들고 올 경우 의회가 이를 통과시키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브렉시트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영국 내 은행들은 이미 ‘금융 허브’ 런던을 이탈하는 모습이다. 메이 총리의 연설 직후 스튜어트 걸리버 HSBC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투자은행(IB) 사업부 일부를 파리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EU 법안의 적용을 받는 업무 등이 이전 대상”이라고 설명해 하드 브렉시트가 이번 결정의 이유임을 숨기지 않았다. 컨설팅 업체 프로티비티의 마크 피터 전무이사는 “메이 총리의 목표 제시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여전히 사업과 관련해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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