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비즈니스방송에 따르면 독일 제약사 바이엘의 베르너 바우만 최고경영자(CEO)와 이 회사가 인수를 추진 중인 미국 종자기업 몬산토의 휴 그랜트 CEO는 지난 11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80억달러(약 9조3,000억원) 규모의 신규 연구개발(R&D) 투자를 약속했다. 바이엘은 투자조건으로 정부의 몬산토 인수 승인을 내걸었다. 덩치를 키우기 위한 인수합병(M&A) 거래와 미국 내 투자를 맞바꾸는 딜을 제안한 것이다. 바이엘은 지난해 9월 660억달러에 몬산토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으며 현재 미국과 유럽 당국의 심사를 받고 있다.
숀 스파이서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 대변인도 “바이엘은 80억달러 규모의 신규 R&D 투자를 미국에 하기로 약속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바이엘은 9,000명이 넘는 미국 내 몬산토 직원의 고용을 100% 승계하며 첨단기술 분야에서 3,000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약속도 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도 이날 국내에 건립 예정인 신규 매장 59곳과 전자상거래 부문에 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월마트 측은 신규 매장 건설로 건설직 일자리 2만4,000개도 창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의 압박에도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던 제너럴모터스(GM) 역시 결국 이날 올해 10억달러를 투자해 일자리 1,500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약속에 고무된 듯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트위터에 “(취임 전에) 내가 미국으로 되찾아온 모든 일자리와 새로운 자동차 공장 등으로 여러분은 ‘대박(big stuff)’을 보고 있다고 믿는다”고 썼다. 앞서 트럼프 취임 후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도요타, 현대·기아차 등이 줄줄이 미국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월마트와 GM의 투자계획은 마지못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마트가 약속한 1만명 고용은 전체 직원 150만명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데다 기존 투자계획의 이행일 뿐이라는 것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미국 내 일자리 수는 총 1억7,000만개에 달하고 시간당 1,900개가 새로 생겼다가 사라진다”며 “두 회사의 약속은 오늘 아침에 이미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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