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포스텍 총장이 교수사회 안팎의 거센 반발에도 대학개혁을 한걸음 한걸음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명분 있는 대안 제시 △교수들과의 소통 △타고난 인품 등이 있었다는 평가다.
지난 2007년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 시절 그는 국내 대학 최초로 학장 공개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내부 직선제가 대학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해 외부 공개 간선제를 관철시킨 것이다. 서울대 공대에 이어 전국 대학들이 잇따라 같은 방식을 도입했고 결과적으로 교수사회 개혁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총장은 퇴임을 앞둔 교수 중 연구업적 평가 상위 5%에 드는 이들을 발전 기금의 이자 수익으로 5년간 더 채용하는 명예 기금교수제도 서울대 최초로 시도했다.
울산대 총장을 지내던 2009년에는 대학 최초로 강의공개 제도를 도입했다. 자신의 강의가 외부에 공개되자 ‘수업에 활용한 자료 저작권 문제 등으로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등 교수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김 총장은 교수들을 대상으로 일일이 설득작업에 나섰다. 강의 공개 방침에 대한 대학 외부의 호평도 김 총장을 든든히 지지했다. 결국 교수들은 강의 공개방침을 받아들였고 결과적으로 수업 준비에 더욱 매진하게 됐다.
포스텍 총장으로 부임한 후로 김 총장은 교수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그는 “당신처럼 역량 있는 교수가 월급을 주는 사람이 돼야지 왜 월급을 받으려 하느냐. 65세도 은퇴하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라며 교수들을 설득한다. 그 결과 포스텍의 2016년 교원창업 수가 평년보다 2배 이상 이뤄지는 결과를 얻었다.
올해 여름방학부터는 교수들이 대학을 벗어나 산업체·연구기관 등에서 연구활동을 하거나 창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교원 하계집중활동 제도’를 실시한다. 교수들이 상아탑 속에 갇혀 있지 않고 산업현장에 직접 나가 기업이나 사회에 기여 하는 길을 스스로 찾도록 독려하겠다는 의지다.
/포항=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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