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전직 미국중앙정보국(CIA) 요원이자 국가안보국(NSA) 파견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라는 정보연합체의 실체를 폭로한다. 이 ‘5개의 눈’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를 감시해왔다는 것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브러더’인 셈이다. 5개의 눈은 다름 아닌 미국 NSA를 비롯해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보기관 연합체. 모두 영어권의 앵글로색슨 국가들이다. 독일에서 즉각 “앵글로색슨이 독일의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도 그래서다.
스노든의 폭로로 다시 드러났지만 앵글로색슨의 끈끈함은 유별나다. 정치·경제를 망라하고 서로 협력한다.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을 벌일 때 가장 먼저 참전한 국가도 영국·호주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부시의 삽살개’라는 조롱까지 감수하며 미국의 대테러 전쟁을 도운 것도 마찬가지다.
이들 국가의 이런 돈독함은 뿌리가 같기 때문이다. 앵글로색슨족은 애초 독일 북서부에 살던 종족이었다. 영국에서 켈트족들 사이에 내전이 일어나자 용병으로 참전해 섬을 차지하고 자신을 고용한 켈트족들을 웨일스·스코틀랜드로 몰아냈다. 이후 북미·호주·뉴질랜드 등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미국이 영국과 독립전쟁을 치렀음에도 여전히 가장 굳건한 우방으로 남아 있는 이유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7일 유럽연합(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완전히 떠나는 ‘하드 브렉시트’를 공식화하자 앵글로색슨 동맹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브렉시트를 지지하며 조기 미영 양자 자유무역협정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EU의 대서양동맹이 깨지고 ‘미국-영국’ ‘독일-프랑스’의 대결구도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블랙 스완’의 저자인 나심 탈레브는 더 나아가 ‘앵글로색슨 경제지구’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이래저래 보호무역주의가 더 기승을 부릴 것 같아 걱정이다. /이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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