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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매도 규제 강화 - 찬성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

공매도, 개인만 손실…투명성 높여야

주가급락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공매도에 대한 규제 강화를 놓고 찬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약품·대우건설 등의 주가급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 등의 개선 조치를 1·4분기에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급기야 지난해 말 국회에서 공매도를 아예 금지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까지 발의됐다. 공매도 규제를 찬성하는 쪽은 불공정거래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개인만 손실을 입고 있는 만큼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공매도를 주가급락 요인으로 볼 근거가 없으며 이를 없애거나 규제할 경우 우리 시장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공매도를 처음으로 자본시장에 널리 알린 사건은 대공황이다. 조지프 케네디(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는 대공황의 주가 하락을 미리 알아차리고 공매도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처분해 현금화하고 훗날 주가가 하락하면 그 현금으로 다시 주식을 사들여 갚는 행위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A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 1,000주를 빌린다. 빌릴 당시의 주식가격은 10만원(총 1억원)이었다. A는 곧바로 주식을 판다. A는 현금 1억원을 가지고 있다가 훗날 주가가 5만원으로 떨어졌을 때 주식 1,000주를 다시 사 친구에게 주식으로 갚는다. A는 남은 돈 5,000만원을 챙긴다. 이처럼 돈이 한 푼 없어도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다.

공매도는 개미 입장에서 상승장에 찬물을 끼얹고 하락장에서 하락을 가속시키는 원흉이며 작전의 주된 대상으로 원성이 자자하다. 이렇게 된 근본적 원인은 공매도가 매수 포지션(주식을 사서 파는 행위)과 반대로 수익을 창출하는 데 있다. 즉 매수 포지션은 주가가 올라야 돈을 벌지만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해야 돈을 번다. 물론 반대로 주가가 상승한다면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사람은 손해를 본다.

학계에서는 공매도에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주장한다. 공매도는 주식의 위험을 회피(헤징)하는 기법으로 사용되며 주가의 버블을 막아주고 유동성을 늘려준다. 특히 공매도는 악재를 빨리 포착한다. 기업은 호재를 빨리 공시하고 분식회계, 신약개발 실패 등의 악재는 천천히 공시하거나 공시를 숨길 유인이 있다. 하지만 공매도는 악재를 빨리 발견해 시장에 전달할 유인이 있다. 그래야 주가가 빨리 떨어져 돈을 버니까. 즉 공매도는 내부자와 외부자 간의 정보비대칭을 해소함으로써 효율적 시장에 일조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기능을 가진 공매도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공매도로 악재에 대한 정보비대칭은 해소되지만 그 과정에서 당한 개미들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악재를 빨리 포착한다는 점은 공매도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만 좋은 것이지 나쁜 소식을 주식매수자가 좋아할 리가 있겠는가. 또 사람들은 호재보다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두 사람이 있는 시장에서 한쪽은 매수 포지션, 한쪽은 공매도를 함으로써 얻는 이득과 손실은 일치한다. 하지만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동일한 금액의 증가로 인한 효용상승보다 동일한 금액의 감소에 따른 효용하락이 더 크다.

지금까지 필자가 말한 내용에는 다분히 감정적인 발언이 섞여 있다. 사실 주식매수자 사이에서도 정보비대칭은 존재하며 온갖 작전이 있다. 공매도를 한 사람들만 뭐라 하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필자는 왜 공매도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할까.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공매도 자체가 불공정한 경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예에서 공매도를 하려면 친구가 주식을 빌려줘야 한다. 친구는 누구일까.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가 또는 증권회사다. 우리가 주식을 빌려달라면 빌려줄까. 빌려주기는 한다. 단 일정 수준의 자본(50억원)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주식을 빌려줄 때 내는 이자와 수수료는 실제로 공매도하는 기관이나 세력에 비해 높다. 개인이 공매도를 할 여건이 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규제당국은 동일한 조건에서 개인도 공매도를 할 수 있도록 해 주든지 아니면 경제적으로 동일한 형태의 파생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공매도를 원할 때 누군가는 못한다면 불공정한 시장일 수밖에 없다.

둘째는 순편익에 대한 문제이다. 지난 2016년 7월 이후 0.5% 이상의 공매도 주체세력은 대부분 외국인투자가임이 알려졌다. 한미약품 공매도 사건에서 주식을 빌려준 기관은 국민연금이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복리후생을 증진하기 위해 태어났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외국인투자가에게 주식을 빌려줘 공매도로 국부가 유출되고 개인투자자 등 국민이 입은 피해가 컸다면 국민연금이 공매도 수수료로 돈을 번다고 해 사회 전체의 순편익이 늘어났겠는가.

제일 큰 문제점은 공매도가 근원적으로 정보비대칭, 특히 악재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주식투자가 미래의 장밋빛 전망을 꿈꾸며 이뤄진다면 공매도는 과거의 어두운 정보를 악용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즉 정보우월자는 악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목적으로 공매도를 미리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은 호재를 만들기 어렵다.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기업은 많은 노력이 필요한 반면 악재를 창출하기는 간단하다. 소금을 얻기 위해 바닷물을 증발시키기는 어려우나 소금이 물에 녹는 시간은 순식간인 것처럼 거짓 소문이나 악재를 통한 작전으로 주가가 폭락할 때 공매도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만약 김정은이 미리 공매도를 치고 핵실험 후 주가가 떨어지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돈을 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처럼 악재를 아는 특정 집단이 주식을 공매도하고 악재를 시장에 알릴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회사 내부자가 은밀하게 악재를 누군가에게 흘려 공매도로 그 사람만 특혜를 볼 수도 있다. 따라서 건전한 공매도가 되려면 거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둬야 하는데 현재의 규정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

건전한 투자자가 불공정행위로 인해 여러 번 당하다 보면 시장에 고위험을 부담하려는 투기꾼만이 남는 레몬시장이 된다. 따라서 규제당국은 공매도에 대한 개인 참여의 제약을 줄여 누구나 공정하게 공매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공매도 관련 거래에 대한 정보를 지금보다 상세히,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하고 부당한 공매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 그래야 공매도의 순기능이 살아나게 되며 상대방의 수익과 나의 손실에 대해 수긍하는 사회가 된다.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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