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CJ아지트에서 연극 ‘남자충동’(연출 조광화)의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조광화展>을 통해 선보이는 ‘장정시리즈’의 첫 작품인 ‘남자충동’은 현 대학로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날 것의 생생함이 살아있는 연극.
1997년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의 극찬 속에서 제21회 서울연극제 ‘희곡상’, 1998년 제34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제34회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대상’ 등을 휩쓸며 연극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으로, 2004년 재연 당시 안석환, 조혜련, 오달수, 엄기준 등 수많은 스타들이 출연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 받았다.
조 연출은 “‘남자충동’은 20년 전 처음 시작한 작품이다. 주인공 배우 찾기가 쉽지 않아 자주 무대에 올리지 못한 작품인데, 이번에 류승범과 박해수를 만나 올릴 수 있게 됐다“ 며 만족감을 표했다.
‘남자충동’은 영화<대부>의 ‘알 파치노 콤플렉스’를 지닌 주인공 ‘장정’을 중심으로 남자들의 폭력충동에 내재된 힘에 대한 뒤틀린 욕망과 허장성세 등을 통렬하게 풍자하며 진정한 ‘남자다움‘에 대해 고찰하는 연극이다.
특히 조광화 연출은 “전반적인 공연계 트렌트가 소프트해지고 멋진 캐릭터가 주목 받는 상황에서 ‘남자충동’의 주인공 같은 역을 찾기가 힘들어졌다”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대부’ 알파치노를 보고 그렇게 살겠다고 단순하게 믿어버리는 것은 물론, 날 것 같고 에너지가 넘치는 장정이란 인물이 지금 시대엔 우화적인 이야기로 비춰질 수도 있었던 것.
조 연출에 따르면, “단순함에 유머감각도 필수였으며 강함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지닌 배우”가 필요했다.
그가 보는 류승범 배우의 야생성과 귀여운 허풍, 조광화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박해수의 남성성 속에 감춰진 섬세함이 ‘장정’ 역에 딱 맞는 배우였다.
이어 조광화 연출은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에 ‘남자충동’이 공연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작품을 공연한지 20년이 됐다. 그땐 지금처럼 폭력적인 소재가 별로 없었다. 우리 주변에 난무하는 폭력을 소재로 해서 오히려 소통할 수 있겠다 싶었다. ”고 말했다.
물론 20년 전 ‘남자충동’ 초연 후 조폭 영화가 너무 많이 나오면서 조 연출은 재 공연을 쉽사리 올리지 못했다. “조폭 영화의 트렌드를 뒤따라가는 느낌이 들 것 같기도 했고, 식상하고 싸구려 같은 연극”으로 보일 것 같았기 때문.
조 연출은 “지금은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권위가 많이 사라지고 폭력이 사라진 것 같은 착시현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늘 보이지 않는 폭력이 존재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관객과 어떻게 소통할까를 고심했다” 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그는 “우리는 헛된 망상과 헛된 욕망을 쫓아가느라 스스로를 불행하게 하고 있다” 며 “거기에 편승하지 못하는 이들은 불안하고 무기력해지며, 결국 박탈감을 느끼고 폭력적으로 바뀌게 된다.”며 ‘남자충동’이 거창한 이유로 위장된 폭력형태의 허위를 풍자하고, 폭력충동의 심리적 과정을 포착 할 것을 예고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조광화 연출과 20년 이상 함께 알고 지내며 무대를 지켜온, 김뢰하와 손병호가 보는 인간 조광화의 실체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뢰하는 “연극을 함께 시작했던 동기 같은 느낌인데 20년 만에 작품을 함께 하게 됐다” 며 뜻깊은 출연 소감을 전했다. 이어 “말수가 없는 친구인지 알았는데, 연출 스타일이 치밀하고 말 수가 많더라” 며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조광화 연출의 2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적인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전한 손병호는 “조 연출이 연극계에서 작품으로든 인간 내면으로도 큰 사람이 돼 있더라”며 격려했다.
‘남자충동’은 2월 16일부터 대학로TOM(티오엠) 1관에서 공연된다. 배우 류승범, 박해수(장정), 손병호, 김뢰하(이씨), 황영희, 황정민(박씨), 전역산(유정), 송상은, 박도연(달래), 문장원(단단). 이현균(병춘)등이 출연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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